(VOD)비누로 만든 도자기, 소름끼치게 똑같네

신미경 전시회 <트랜스레이션>, 비누-도자·조각 40여점 전시
  • 등록 2009-11-23 오후 4:39:00

    수정 2009-11-23 오후 4:39:00


[노컷뉴스 제공] 신미경의 비누조각 작품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비너스상을 비롯한 고대서양조각을 모각한 것, 다른 하나는 전통도자작품을 모각한 것이다.그가 비누로 다시 만든 고대서양조각이 기존의 그것에 대한 반기(anti)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그의 비누-전통도자작품은 원형을 유지하되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remake)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에 전시된 신작가의 작품 중 1층에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있는 조각상 8개가 늘어서 있다. 4개의 조각상이 쌍을 이뤄8개가 되었다. 하나는 색이 칠해져 있고, 하나는 흰색이다. 이는 원래 고대 조각상에 색이 칠해져 있었지만, 햇빛과 바람에 색이 바래 하얗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대서양의 대리석 조각은 하얀 것으로만 잘못 알아왔던 것이다.


신작가는 15년 전 영국에서 공부를 시작할 때, 비너스 좌상을 6개월간 모각해 전시함으로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동양에서 온 학생이 고대서양조각을 솜씨좋게, 그것도 비누를 사용해 모각하는 기술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신작가는 왜 이러한 시도를 하였을까? 서울대 미대를 나와 영국에 공부하러 간 신작가는 그간의 미술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그리스 조각과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전시된 조각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스 역사의 현장에 놓여 있는 조각들은 깨지고 풍화되어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박물관의 것은 우아하고 세련된 형태를 간직하고 있지만 박제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우리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그리고 대학공부에서 그렇게도 열심히 베끼고 흉내내었던 고대서양조각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외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원어민을 따라갈 수 없듯이, 서양조각을 답습하기보다는 동양인으로서 나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출발한 비누-고대서양조각에 대해 작가는 "나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등 시공간뿐만 아니라 대리석과 비누, 도자와 비누 등 소재를 넘나들며 새롭게 해석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전의 제목도 번역, 해석의 의미를 담은 <트랜스래이션>이다.


2층에 전시된 비누-도자작품들은 그 세련됨이 실제 도자작품을 능가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대해 혹자는 "소름끼치게 똑같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문양의 섬세함과 색상의 선명함, 은은한 질감으로 인해, 관람자의 눈길은 어느덧 비누-도자작품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비누-도자작품 중 그대로 상감기법을 사용한 것도 있고, 작품하나 만드는데 3-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신미경 작가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영국 런던 슬레이드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신작가의 작품은 미국 휴스턴 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밀튼 킨즈 극장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기간:11월 19일 -12월19일
전시장소:국제갤러리
문의: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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