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선업계, 취업준비생 사랑 되찾으려면

  • 등록 2016-03-08 오전 9:56:45

    수정 2016-03-08 오전 10:00:52

[이데일리 최선 기자] “예전에는 명절에 내려가면 ‘○○야, 너도 삼촌처럼 훌륭한 사람 돼야 해’라고 말하는 가족들이 있었죠. 요즘에는 명절에 그런 소리 안 합니다. 걱정부터 하죠. ‘힘들텐데 밥은 잘 먹고 다니느냐’ ‘회사는 괜찮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최근 만난 한 조선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굴곡이 담겨져 있었다. 씁쓸한 미소가 떠오른다. 신입사원들의 사기가 궁금해졌다. “사기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밖은 더 춥지 않습니까. 견뎌야죠.”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009540)을 시작으로 조선업계가 대졸공채 신입사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이 달 안에 대졸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아직까지 대졸공채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반드시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방침이다. 인원을 줄여 뽑지 않거나 아예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던 작년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조선 빅3의 영업손실은 8조 5470억원에 달했다.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취업시장의 상황은 더 춥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2%를 기록해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최고치다. 올해 1월 청년실업률은 이보다도 증가한 9.5%다. 현대중공업의 채용문이 열린다는 소식에 각종 취업정보 인터넷 카페 등에는 ‘현중 ㄱㄱ(현대중공업 go go)’ ‘세자리수 채용 ㄷㄷ(덜덜)’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취업뽀개기’에 나선 청년들에게 조선업계 취업문이 열린다는 소식은 가뭄 속 단비다. 하지만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중공업, 건설계열 위기인데…’라며 조선업계 취업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취업)와 미래(회사의 경영개선)를 동시에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공채부터 필수 직무훈련(OJT) 제도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인문계는 원가부문에서 2년간, 이공계는 설계부문에서 3년간 근무를 한 뒤 각 부서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기본에 충실한 인재를 키워 다소 방만했던 경영의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금택목(良禽擇木).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키워줄 이를 가려 섬긴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조선업계가 취업준비생의 인기를 독차지할 날을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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