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자에게 "당신은 동양인이라 잘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특별한 마찰도 없었는데도 그들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요즘 중국 사람들이 서양인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기류가 커지는 조짐이 일고 있다. 발단은 몰지각한 일부 외국인의 범죄와 추태에서 시작됐지만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반(反) 외국인 정서가 가열되며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시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네티즌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재정상태, 부동산, 직업 등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지난 주에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영어 채널의 유명 앵커 양루이(楊銳)가 본인의 웨이보에 "외국인 쓰레기들을 청소할 필요가 있다"며 "불량한 외국인을 붙잡아 (중국) 소녀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공인으로서 그의 표현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비판 덧글도 달렸지만, 중국 네티즌 상당수는 그의 글을 퍼나르며 동조했다. 양 앵커는 논란이 일자 "분명 의식과 교양이 있는 외국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중국에 많다"며 "중국은 서양인의 천당이 아니다"고 다시 글을 올렸다.
`혐 외국인 기류`의 원인은 분명 있다. 앞서 이달 초 현지 동영상 사이트 여우쿠(優酷)에는 베이징에서 한 영국 남성이 한밤중에 길 가던 중국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중국 남성들의 제지를 받는 모습이 올라와 현지인들의 공분을 샀다. 한 러시아인이 기차 안에서 맨발을 앞좌석 등받이 위에 올려놓은 채 이에 항의하는 앞 좌석 여성에게 폭언하는 모습도 동영상 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사건 발생지인 쓰촨(四川) 청두(城都)지역 주재 총영사관이 적극 대응해 현지 경찰 측에서 여성 폭행 남성들이 중국 국적 조선족임을 확인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도 오보가 된 셈이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인들이 추태를 부렸다는 오해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상하이 한 교민은 "재작년 한인촌에서 한국 학생들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몰지각한 외국인들의 행태도 단속할 필요가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은 중국 정부가 나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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