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중국의 혐(嫌) 외국인 기류

가벼운 술자리서도 `섬뜩한 시선`
설문조사서 94% "외국인 조사 강화해야" 응답
  • 등록 2012-05-23 오후 1:54:19

    수정 2012-05-24 오전 1:12:00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중국 상하이(上海)에 2년째 거주하는 캐나다인 타일러 씨(27)는 최근 한 식당에서 동료 외국어 원어민 교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석연찮은 경험을 했다. 한 무리의 중국 청년들이 그의 일행 테이블 바로 앞에 서서 인상을 쓰며 수 분간 쳐다보고 있던 것. 그와 일행은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는 기자에게 "당신은 동양인이라 잘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특별한 마찰도 없었는데도 그들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요즘 중국 사람들이 서양인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기류가 커지는 조짐이 일고 있다. 발단은 몰지각한 일부 외국인의 범죄와 추태에서 시작됐지만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반(反) 외국인 정서가 가열되며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시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네티즌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재정상태, 부동산, 직업 등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이 설문 조사는 `현상 유지`와 `강화 필요`라는 두 항목의 답변으로 구성돼 간단하게 실시된 것.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외국인에 대한 감정 악화 기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영어 채널의 유명 앵커 양루이(楊銳)가 본인의 웨이보에 "외국인 쓰레기들을 청소할 필요가 있다"며 "불량한 외국인을 붙잡아 (중국) 소녀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공인으로서 그의 표현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비판 덧글도 달렸지만, 중국 네티즌 상당수는 그의 글을 퍼나르며 동조했다. 양 앵커는 논란이 일자 "분명 의식과 교양이 있는 외국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중국에 많다"며 "중국은 서양인의 천당이 아니다"고 다시 글을 올렸다.

`혐 외국인 기류`의 원인은 분명 있다. 앞서 이달 초 현지 동영상 사이트 여우쿠(優酷)에는 베이징에서 한 영국 남성이 한밤중에 길 가던 중국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중국 남성들의 제지를 받는 모습이 올라와 현지인들의 공분을 샀다. 한 러시아인이 기차 안에서 맨발을 앞좌석 등받이 위에 올려놓은 채 이에 항의하는 앞 좌석 여성에게 폭언하는 모습도 동영상 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의 외국인 혐오 기류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동영상 사이트에 `한국 남성 KFC에서 중국여성 구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고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이후 사건 발생지인 쓰촨(四川) 청두(城都)지역 주재 총영사관이 적극 대응해 현지 경찰 측에서 여성 폭행 남성들이 중국 국적 조선족임을 확인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도 오보가 된 셈이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인들이 추태를 부렸다는 오해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상하이 한 교민은 "재작년 한인촌에서 한국 학생들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몰지각한 외국인들의 행태도 단속할 필요가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은 중국 정부가 나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남성 중국 여성 폭행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현지인들로부터 반한감정을 일으킨 KFC CCTV 화면 캡처(자료: 여우쿠)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펑" 폭발음..포항제철 불
  • 필드 위 여신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