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은 어디로?..기대만큼 실망 컸던 '한국판 블프'

14일 폐막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중간 점검
"소비심리 살아났다" vs "기대에 못 미친다"
할인율 뻥튀기 등 허점 노출..지속가능성 의문
  • 등록 2015-10-11 오후 6:44:02

    수정 2015-10-11 오후 7:23:33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김상윤 기자]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바닥을 기던 소비심리가 살아났다는 긍정적 견해가 있는 반면, 할인율 뻥튀기· 미끼 상품 등이 판을 치면서 졸속 행정·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흡족’..소비자들은 ‘시큰둥’

11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작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는 14일 막을 내린다. 행사 첫주 기대에 못미치는 할인율과 할인 품목으로 외면 받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2주차에 접어들어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069960) 등 주요 백화점들이 일제히 추가 할인을 제공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대 만큼의 소비 진작 효과를 냈다고 결론 짓고, 이 행사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제 효과를 추산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이 행사가 지갑을 닫고 있던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높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후 나타난 소비 단절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홈페이지(http://www.koreablackfriday.org/)를 보면 “저렴한 가격에 제품 구매해서 좋았다”(아이디 onl****)는 의견도 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이름으로 기대감을 형성해 놓고선 규모가 이에 못미치니 실망감이 크다”(아이디 sa****)는 견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할인율 뻥튀기·미끼상품..곳곳에 허점

행사가 진행되면서 몇 가지 허점이 노출되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해야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행사에 참가한 일부 유통업체들은 정가를 부풀린 뒤 그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는 결국 평소 시중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컨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상품으로 96만원에 판매된 정가 172만원짜리 TV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78만원에 살 수 있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1290원짜리를 1200원에 판다고 광고한 초코과자의 최근 1개월간 평균 가격은 900원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표시광고법 규제 적용’을 예외해 주자, 유통업체들이 할인율을 뻥튀기 하는 등 눈속임 마케팅을 한 것이다.

기존 가을세일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에 유통업계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추가 세일’은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미 구매한 상품과 같은 브랜드, 같은 품목이 불과 1주일 사이에 10∼20% 추가 세일하면서 처음에 구매한 소비자들이 졸지에 ‘호갱님(호구+고객을 합친 인터넷 은어)’이 된 탓이다.

단기 효과는 ‘OK’..지속 가능성은 ‘낙제점’

전문가들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단기 소비진작 효과에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지만, 행사 준비와 진행방식,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해선 혹평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정부가 애써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이뤄진 조치라 장기적으로 소비 진작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행사 기간 때 어느정도 소비가 늘었다 한들, 금세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졸속 행사 추진으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공급물량이나 가격 등을 사전에 맞출 시간이 부족했고, 행사 기간 내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며 “소비자들의 평가가 부정적인데 연례화 한들 지속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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