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개인정보 등을 도용당해 제3자에 의해 비대면 대출이 진행됐을 경우, 본인 확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대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 서울고법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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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03단독 신정민 판사는 카드회사가 대출명의자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7월경 성명불상자가 아들을 사칭하며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거짓말하자 이에 속아 성명불상자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링크된 원격 조작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성명불상자에게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줬다.
성명불상자는 A씨의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카드회사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본인확인을 한 뒤 성명불상자가 입력한 A씨 명의 계좌에 1원 인증을 했으며 A씨의 생년월일과 주민등록 발급일자를 확인하고, 공동인증서 전자서명을 확인한 후 A씨의 예금계좌에 800만원을 입금했다.
카드회사는 A씨에게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공단은 A씨를 대리해 대여금 청구소송을 맡았다. 공단은 A씨가 대출 당시 만 65세를 넘긴 고령자이고, 고령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속도로 대출 절차가 진행됐으며 본인의 의지에 의한 대출이 아님을 항변했다.
또 본인 확인을 위해 발급된 인증서가 대출 진행 당일 발급된 점 등을 고려해보면, A씨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대출계약이 A씨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품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의무사항 중 일부만을 실행해 본인확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피력했다.
법원은 공단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정우 변호사는 “비대면 대출이 활성화된 요즘 형식적인 확인만으로는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싱 범죄 수법이 날마다 진화하는 만큼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법도 발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