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강업계, EU에 "中수출 급증, 관세 등 대책 마련하라"

2018년 이미 보호조치 도입했지만 "더는 효과 없어"
中, 올해 1억톤 수출 예상…8년만에 최대 규모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해 글로벌 시장 왜곡"
"EU 시장 도미노 피해…우회 수출 등도 관세 부과해야"
  • 등록 2024-09-23 오전 11:09:10

    수정 2024-09-23 오후 7:04:5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철강업체들이 중국의 철강 수출 급증과 관련, 유럽연합(EU)에 관세 부과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럽 시장에서 형성된 철강 가격이 업체들의 생산 비용보다 낮아져 피해를 입고 있어서다. 유럽 철강업체들은 미국이 멕시코 경유 중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EU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철강업체들은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시장 왜곡을 해결하고 약한 수요와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역내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EU가 새로운 포괄적 관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국가를 경유하는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컨설팅업체 마이스틸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철강 수출량은 최소 1억톤, 최대 1억 1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 역사적으로는 세 번째 규모다.

독일 철강 제조업체인 잘츠기터는 “보조금을 받고 원가 이하로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의 범람이 유럽 철강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저탄소 전환을 위협하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는 문제의 근본 원인인 중국과 다른 국가의 막대한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화 계획과 같은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최대 생산업체인 티센크루프 스틸도 올해 1~4월 EU의 평강 제품 수입이 30% 급증했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수요 감소 및 높은 에너지 비용과 맞물려 “유럽 철강 산업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녹색 전환에 대한 투자가 위험에 처했다”고 거들었다.

EU는 이미 2018년에 특정 철강 제품에 대해선 보호·안전 조치를 도입했으며, 이후 중국이 유럽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감소했다. 아울러 EU는 모든 유형의 덤핑 또는 보조금이 지급된 중국 상품 수출에 대한 조사를 40건 이상 실시했다. 이후 금속 부문에서 유기 코팅 강철 제품, 알루미늄 호일 및 라디에이터, 철강 파이프 및 튜브, 나사와 같은 패스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저렴한 중국산 철강이 글로벌 시장을 교란하면서 EU 시장에서도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등 연쇄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게 유럽 업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EU 무역기구인 유로퍼의 악셀 에거트 사무총장은 “유럽의 기존 안전 조치가 효과를 잃어 수입량을 흡수할 수 없다. 현재 중국의 수출 가격은 생산 비용보다 낮다”며 “기존 보호조치가 2년 뒤 만료되는 만큼 EU에서 논의 중인 국경 간 탄소배출 조정 매커니즘을 올바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하면서도 관세와 유사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럽 최대 철강 제조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제누이노 크리스티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철강 산업이 2015년과 2016년 중국의 높은 수출에 의해 주도됐던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며 “과거 유럽은 철강 순수출국이었지만, 이제는 순수입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도 관세 부과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북미에서 주조되지 않은 멕시코산 철강에는 25%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를 경유해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지난주 철강 수입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 철강업계의 불만은 EU가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다만 철강 업계의 요구는 전기차와 달리 수용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무역 담당자는 “EU는 중국과의 철강 분쟁과 관련해 의지가 없다. 그 과정은 이미 중국의 무역 보복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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