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만한' 직장어린이집, 1.2% 불과

보육 분담률도 2% 그쳐..기업들 '비용부담' 외면
복지부, 삼성전자 등 직장어린이집 모범기업 선정
  • 등록 2013-04-29 오후 1:34:46

    수정 2013-04-29 오후 1:34:46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금융권에 근무하는 직장인 A(여·33)씨는 3살 된 아이와 함께 출·퇴근한다.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맡기기 때문이다. 같은 건물에 있다 보니 점심때나 쉬는 시간에 아이를 잠깐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는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엄마가 ‘을’이지만 직장 어린이집은 회사에서 운영하다 보니 직장맘을 더 배려한다”면서 “요즘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도 여기는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직장 어린이집이 안전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비용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외면하면서 정작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장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 4만 2528곳 중 1.2%인 523곳이었다.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2만 9881명으로 전체 어린이집 아동(148만 7361명)의 2%에 그쳤다.

직장 어린이집은 엄마가 아이를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장점뿐 아니라 기업의 특성에 맞춘 탄력 근무, 기업의 각종 지원 혜택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들어 외면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무사업장 919곳 중 39.1%인 430곳만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253곳(27.5%)은 수당으로 대체했고 71곳(7.7%)은 가까운 어린이집에 위탁했는데, 236곳(25.7%)은 아예 외면했다.

모범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복지부는 이날 (주)삼성전자, (주)ASE KOREA, 뿌리와 새싹, 하나은행, 늘푸른의료재단 보바스기념병원을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 모범기업으로 선정했다.

특히 뿌리와 새싹 어린이집은 대덕테크노밸리 내 55개 기업이 참여한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으로,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도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국회는 직장 어린이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월 직장 어린이집 의무설치 대상 사업장을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의 고용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복지부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부터 어린이집 설치를 독려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대상 사업장 확대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진행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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