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SKT 전 대표 "베넥스 투자는 바뀐 글로벌 전략 때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김신배 SK텔레콤(017670) 전 대표이사(현 SK부회장)가 2008년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만든 펀드에 투자한 것은 `바뀐 글로벌 전략`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에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08년 10월 SK텔레콤이 베넥스 펀드가 결성되기 전에 400억원을 선입금한 것은 회장의 개인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검찰 주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검찰은 2008년 10월~12월까지 SK텔레콤, SK에너지(096770) 등이 1500 억원의 펀드 자금을 조성한 것은 최 회장 횡령 사건과 관련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당시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오히려 우량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던 시기"라면서 "(SK(003600)그룹은) 한 때 직접 투자하기도 했고 사내에 벤처캐피탈을 만들려고도 했지만 인재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통신사인 스프린트 인수를 추진할 당시 2년여 동안 맥쿼리 등 해외 유명 투자은행(IB)과 접촉해 봤지만, 그들이 주도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들어가면 SK 계열사들이 투자 결정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베넥스는 SK텔레콤 신사업개발 임원이었던 김준홍씨가 대표로 있어 SK텔레콤과 계열사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펀드 결성 전에 400 억원을 선지급한데 대해서도 "선지급 경위는 알지 못했다"면서 "(펀드 결성에 대한 승인이 있기 전이었지만) 펀드를 구성하자는 것일 뿐 실제 투자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김 전 대표의 증언을 뒷받침할 만 한 증거로 ▲ CEO 전략 세미나(2008년 5월 9일) ▲ `또 같이` 개선 방향 분과 토의 (2008년 10월 30일) 등의 문건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내수에 뿌리를 두고 있는 SK그룹은 시장 포화 등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줄고 있으니 글로벌 전략을 강화해야 하며, 계열사들이 함께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이 수백페이지가 넘는 증거 자료들을 이날 오전 제출하고, 검찰 발언 중 윽박지르는 등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원범 부장 판사는 "이날 제시된 증거들은 무죄 입증 증거가 아니라 검찰의 유죄 입증 증거에 대한 탄핵적 자료인 데다, 변호인측의 기존 주장과 관련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다만 너무 자료량이 많아 검찰의 증인 신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1시 30분 재개되며, 김신배 전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 측 증인 신문과 오세현 전 SK텔레콤 미래산업단 단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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