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주말 내내 논의를 벌였지만 지역구 선거구수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선거구획정위는 지역구 선거구수를 현행대로 246석으로 유지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물론 246석도 가변적이다. 획정위는 244~249석에서 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농어촌 지역구 감소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중이다. 다만, 246석이 유력하다.
획정위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인구편차 허용기준(2:1)을 적용하면 농어촌 지역구가 9석 가량 줄고 수도권서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고, 농어촌 지역구 감소 최소화를 위해 자치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 예외지역 확대와 인구 상·하한선 범위를 재설정하는 문제를 검토해왔다.
어떤 방법으로 농어촌을 배려하느냐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공직선거법상 금지돼 있는 자치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19대 총선에서도 4개 지역의 예외를 인정했는데, 이를 무한정 늘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게리멘더링 비판 때문에 농어촌 지역구의 1~2석은 배려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힘들다.
올 8월 31일 기준으로 결정된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한 인구 기준은 13만9473명, 상한 인구는 27만8945명인데, 통폐합 기준이 되는 인구 상·하한선을 끌어올리거나 낮춰 수도권 분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전체 인구를 선거구 수로 나눠 일괄적으로 상·하한 인구수를 정할 것이 아니라 적정 규모의 하한 인구수를 먼저 설정한 뒤 그 2배수 이내에서 상한 인구수를 산출하면 농어촌에서 6~7석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도 인구 상·하한선 조정을 통한 농어촌 지역구 의석 배려에 대해 긍정적이다.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최근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인구 하한을 조금 내리고, 상한을 조금 내리고 하다보면 농촌 지역구가 하한에 걸리는 데가 많기 때문에 농촌 지역구가 많이 늘어나는 반면에 도시 지역구는 조금 덜 늘어난다. 그래서 259석이나 이 정도 선에서 맞춰지면서 농촌지역의 지역구 감소를 아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호 방법이 다르다. 여당은 하한선을 낮추는 것에, 야당은 하한선을 올리는 것에 손을 들어줬다. 획정위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야당이 검토중인 의원 정수 확대 방안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 정수를 현행(300석)보다 3석 많은 303석으로 늘리면 비례대표 의석수(54석)도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구 6~7석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농어촌 의석수 감소도 최소화하고 비례대표제도 유지하려면 최소 범위 내에서 약간의 탄력성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5일 현안 브리핑에서, “정치개혁을 논의하자며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야당의 제안은 정치 후퇴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면서 “절대 의원 정수의 확대는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여야 당 대표가 나서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정개특위 간사에게 주어진 권한이 없다보니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대표가 만나더라도 서로 당내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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