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일동제약 '불편한 동거 1년'…주가만 뛰었다

녹십자, 지분 확대 1년 이후 추가 주식 매입·사업 제휴 無
일동제약 주가 상승으로 주식가치 53%↑
주식 매각·경영 개입 가능성 불씨
  • 등록 2015-01-15 오전 10:15:00

    수정 2015-01-15 오후 3:06:1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일동제약(000230)의 지분율을 최대주주 턱밑까지 추격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쉽지 않다고 판단, 지분 매각 시점을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 주식 29.36%(735만9773주)를 보유,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 3.16%포인트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14일 일동제약의 종가 1만5350원을 감안하면 녹십자 입장에서는 121억원을 투입, 79만1354주만 추가로 확보하면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
하지만 녹십자는 최근 1년 동안 일동제약 주식을 단 1주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16일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과 함께 일동제약의 주식 29.36%를 보유중이라고 신고하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는 개인투자자 이호찬씨(12.57%) 등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넘겨받았고 녹십자셀은 47차례의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끌어모았다.

당초 녹십자가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공표하면서 일동제약의 경영에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2월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키면서 이러한 관측은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주력 사업이 겹치지 않아 사업적인 제휴만으로도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녹십자는 혈액제제나 백신 사업 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일동제약은 복제약과 일반의약품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아무런 제휴조차 없었다. 오히려 두 회사 모두 독자행보를 강화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백신 사업 등의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두드리면서 지난해 수출실적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제약업계 신기록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에만 총 16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당뇨치료제), 다케다(감기약) 등 다국적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신제품을 장착했다.

녹십자의 지분 확대 이후 달라진 변화는 일동제약의 주가다. 녹십자가 주식 추가 매입을 발표한 지난해 1월16일 일동제약의 종가는 1만1900원이었지만 1년 후인 지난 14일에는 1만5350원으로 29.0% 올랐다. 녹십자는 2012년부터 일동제약 주식을 매입하면서 총 738억원을 투입했는데, 14일 기준 주식 가치는 1130억원으로 53.1% 뛰었다.

표면적으로는 녹십자의 투자 능력이 또 다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부터 동아제약의 지분을 4.2% 매입한 이후 이듬해 매감하면서 2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2003년 1600억원에 인수한 대신생명을 8년 후 현대자동차에 2283억원에 팔기도 했다. 지난 2012년 5월 150억원을 투자한 이노셀(현재 녹십자셀)의 주식 가치는 5배 이상 뛰었다. 녹십자가 42%의 지분을 보유한 녹십자엠에스도 최근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 측은 그동안 “적대적 M&A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력이 긴 두 회사 오너들이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녹십자가 주식 매입 경쟁이라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적대적 M&A를 시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고 내다봤다.

향후 녹십자가 동아제약 투자와 같이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는 올해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제안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노병은 돌아온다"
  • '완벽 몸매'
  • 바이든, 아기를
  • 벤틀리의 귀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