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000%를 넘으면서 채권 기한이익 상실 원인사유가 발생, 각 해운사가 차입금 3조원 가량을 1년 내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BBB-까지는 투자등급이지만 그 한 단계 아래인 ‘BB+’ 이하는 투기등급에 속한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두 해운사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현대상선을 포함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등급을 BB+로 내려 이미 투기등급으로 평가했다.
신용평가 3사가 주목한 부분은 1000%를 웃돈 부채비율이다. 업황 부진에 세계 상위선사와의 격차 확대 등 국내 해운사가 좀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해 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잠정 부채비율이 각각 1444.7%, 1396.9%로 치솟았다.
문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동안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채비율을 1000%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의무 조항을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부채비율 1000% 상회는 곧 기한이익 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회계법인은 회계처리과정에서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공모사채, 선박금융 등을 단기성차입금에 포함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지난해 말 단기성차입금은 각각 1조4500억원, 1조2837억원 늘어난 3조2000억원, 3조1162억원에 이르렀다.
더 큰 우려는 두 해운사가 단기성 차입금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현금성자산은 각각 6867억원, 9435억원에 불과하다. 한 크레디트업계 관계자는 “채권자 측에서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경우 두 해운사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 해운사가 실제 회사채, 선박금융 부채 등을 한꺼번에 갚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대한항공이 부채비율 700%를 넘으면서 기한이익 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넘어간 바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조항이나 다름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해운사 회사채 주관사 관계자는 “부채비율 1000%를 넘었지만 즉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자 측에 기한이익 상실 원인사유 발생을 통지하고 채권자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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