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격기 'B-52' 한반도 훈련 이례적 공개‥왜?

"잠재적 핵보유국 인정…심리적 억제수단으로 이용"
  • 등록 2013-03-19 오후 2:30:15

    수정 2013-03-19 오후 4:23:38

[이데일리 최선 기자] 미군의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연습의 일환이지만 그동안 비밀로 분류되던 B-52의 훈련일정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번 달만 두 번째 비행에 나선 것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B-52는 한국에 있는 기지에 내리지 않고 공중을 지나가는 것으로 훈련을 한다”며 “기동 내용이나 상공통과 시점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B-52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동해 4시간 가량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강원도 영월 소재 필승사격장에서 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뒤 괌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B-52에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인 AGM-86을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는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TNT 2400만톤 위력에 달하는 24메가톤급 수소폭탄 4발이 탑재 가능하다. 사거리가 250~3000km인 핵미사일과 재래식폭탄이 머리 위에서 위협하는 격이다.

앞서 지난 18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은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지역에서 B-52 폭격기 비행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8일 B-52 한 대가 한국 상공에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이 위협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한반도에서의 핵확산을 막기 위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B-52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3개 축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훈련은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 중 하나인 ‘핵우산 제공’을 확인시켜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 정부의 행보가 북한을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 요격미사일 14기를 알래스카에 증강 배치했다. 북극을 통해 날아오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지역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북한은 3차례 핵실험을 성공시켰다. 사실상 핵을 보유한 것과 다름없다”며 “핵무기를 이용한 북의 도발에 미국이 심리적 억제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키 리졸브 훈련에 항공모함이 오지 않은 대신 B-52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 하나의 무력 시위 성격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시스)
*B-52는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미국은 B-52를 1954년 실전배치했다. 소련에 대한 핵공격을 위해 개발됐지만, 이후로도 B-52의 성능은 개선됐다.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톤의 대형 폭격기로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에 달한다. 최대 상승고도는 약 16km로 적 대공포의 사정거리 밖에서 공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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