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대통령이 G7 회의에서 아프간 철수 문제를 논의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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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첨예하게 분열된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충돌했다. 결정은 미국이 한다는 체념 섞인 인정이 있었다.”
24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등 대피 시한 연장을 둘러싸고 열린 G7 정상들의 회의를 AP통신은 이렇게 묘사했다.
유럽 국가 정상들은 대피 시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이 8월31일 철수 시한을 고수했다. 아프간 사태로 불거진 미국과 서방 국가들 간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 G7 정상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엔(UN),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아프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진행된 G7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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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시한을 놓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 의견이 갈렸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자국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7 회의 전부터 더 많은 사람을 탈출시키기 위해 시한을 미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시한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G7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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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철수 시한을 고집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탈레반이 통보한 대로 8월31일까지 아프간 대피를 마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G7 회의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도 대피 시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성명에선 “지난 20년간 우리와 협력한 자국민과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대피 보장이 최우선 순위”라는 정도의 입장밖에 담기지 못했다.
각국은 미국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인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이 여기에서 지도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고위 당국자도 미국 결정에 맞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미국 수중에 있다”고 했다.
| G7 정상회의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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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 결과는 가뜩이나 아프간 사태로 균열이 생긴 미국과 서방 국가들 사이의 마찰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G7 유럽 국가들은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전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며 힘을 보태는가 하면,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미군 철수를 결정할 때도 외견상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미군이 급박하게 철수하며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간을 장악하고, 대피 과정에서 아수라장이 펼쳐지자 국제연합군으로 자존심에 흠집이 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자국민 등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철수 시한을 늘려야 한다는 요청조차 미국이 거부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며 미국이 아프간 철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을 인정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동댕이쳤다고 꼬집었다.
다만 탈레반 압박 의사에 대해서는 G7 정상들 의견이 일치했다. 공동 성명에서 이들은 “아프간 정당들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테러 방지와 여성 인권 보장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은 (탈레반이)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 취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20년 만에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과거 극단주의 이슬람 형태의 정부로 돌아가지 말 것을 경고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