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야가 국정교과서로 대치하면서 ‘예산정국’에 불똥이 튀게 됐다. 여야는 추후 한달 남짓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논의하는데, 부실한 심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청와대 5자회동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대화에서 (여야간) 인식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해 “단 한 페이지도 쓰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대해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여야간) 차이 자체만으로도 왜 균형 잡힌 중립적인 역사교과서가 필요한지 깨달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문재인 대표와 제가 아무리 합리적 주장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이 원내대표는 원내 각종 입법을 책임지는 여야 수장이다. 두 인사의 간극이 벌어진 것은 곧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각종 현안 법안들의 처리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추후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간 ‘3+3 회동’도 삐거덕거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예산안 심사는 국정교과서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정교과서 예산을 다루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예산안은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야 논의가 시작된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누리과정 때문에 전체 예산안 심사가 멈췄는데, 올해 국정교과서 역시 그럴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예산안이 ‘졸속’ 처리되면 정부의 입맛대로만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가 의결하지 못하면 예산안은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만의 예산심의권을 스스로 차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예산안과 맞물리는 세법 개정안 역시 국정교과서의 영향권에 있다. 여야는 국정교과서 외에 세법 중에서도 법인세 인상 문제를 두고 올해도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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