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광주에 거주 중인 20대 여성 A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홀로 바리스타로 일하던 중 영업장이 폐업하면서 ‘무담보, 무보증, 무수수료 당일 대출’이라는 문구에 혹해 불법 사금융을 찾게 됐다. A씨는 대출 신청 후 명의도용 피해를 봤고, 법적인 문제에 연루되면서 벌금형과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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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 어려움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는 600만명을 넘어섰고, 연체 잔액은 50조원에 근접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연체 건수는 2만 1460건, 잔액은 49조 4441억원이었다.
특히 40대와 50대를 중심으로 연체가 발생했다. 각각 564만건(13조 6255억원), 536만1000건(13조 8064억원)을 나타냈다. 이어 30대 408만2000건(8조 3638억원), 60대 305만7000건(8조 1998억원), 20대 180만9000건(2조 7895억원), 70대 이상 150만8000건(2조 6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은 지난 9월 개편했으며 은행 등 대출,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카드 거래대금 등에서 개인 연체가 발생하면 5거래일 내에 정보가 등록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내역도 포함해 개인 채무 연체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현정 의원은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연체채권 차주 수가 614만명이나 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며 “이를 방치하면 가계부채 위기가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 규모는 42조 2201억원(9개 카드사 기준)으로 5332억원 늘어 8월말 세웠던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경제불황이 지속하면서 지난 10월 소액생계비대출 건수는 1만 4492건(81억 8000만원), 연체율은 29.7%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대를 돌파한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20%를 넘어섰다.
금융 취약 계층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불법 사금융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김의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4만 2409건으로, 지난해(1만 130건) 수준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 10월부터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신용정보법을 위반해 채권자변동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개인금융채권에 대한 추심은 금지됐으나 그 효과가 확산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 의원은 “많은 국민이 대출을 연체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사실은 경제적 불평등과 생활고의 심각성을 의미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민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