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중도탈락 78%가 지방의대…수시 경쟁률도 양극화

지난해 의대 그만둔 179명 중 139명이 지방 의대생
“수도권 학생, 지방의대 합격 뒤 적응 못해 자퇴”
지방의대서 반수·재수한 뒤 수도권 의대에 재도전
  • 등록 2023-10-31 오전 9:38:07

    수정 2023-10-31 오후 7:15:39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전국에서 의대에 다니다가 그만둔 학생 10명 중 8명은 지방 소재 의대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 입학’에 의미를 두고 지방대학에 진학했다가 반수·재수를 통해 수도권 의대로 올라온 학생이 대부분으로 풀이된다.

의대생들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31일 종로학원이 최근 5년(2020~2024학년도)간 의대 경쟁률·중도탈락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의대 중도탈락자 수는 총 179명으로 이 가운데 77.7%(139명)가 지방 의대에서 나왔다. 재학 중 자퇴·미등록·미복학 등으로 의대를 그만둔 학생은 △2019년 138명(74.6%) △2020년 129명(74.6%) △2021년 149명(73.4%) △2022년 139명(77.7%)으로 전체 의대 중도탈락자 중 꾸준히 7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의대에 합격하고도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대부분 반수·재수를 통해 서울·수도권 의대로 재도전하려는 학생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수도권 학생이 지방권 의대 정시에 지원하고 부 적응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39개 의대 정시 경쟁률 현황을 보면 지방 의대가 오히려 수도권 의대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선 지방소재 의대가 7.76대1로 수도권(4.89대1)을 압도했다. 지방 소재 13개 의대가 수시와 달리 정시에선 지역인재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서다.

임성호 대표는 “정시에서는 지방권 27개 의대 정시 전체에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31.4%에 불과했다”며 “한림대·계명대·경북대·원광대·강원대·울산대 등 13개 의대는 정시모집에서 지역인재를 선발하지 않으며 모두 전국단위로 선발한다”고 했다.

반면 지역인재전형이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모집에선 이런 경쟁률이 역전됐다. 특히 올해 치러진 수시모집에선 수도권 의대 경쟁률이 61.33대1을 기록한 반면 지방 의대는 18.05대 1에 그쳐 5년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수도권·지방 의대 간 수시 경쟁률 차이는 2020학년도만 해도 각각 42.62대1, 24.5대1로 18.12포인트에 그쳤지만 2023학년도에는 60.26대1, 22.14대1로 38.12포인트까지 커진 데 이어 2024학년도에는 43.28포인트로 격차를 더 벌렸다.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완화하기 위해 2014년 도입, 2016학년도 대입부터 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신입생의 일정 비율(15%~30%)을 해당 지역 출신으로 뽑도록 ‘권고’하다가 2021년 관련 법 개정으로 2023학년도부터 의무화됐으며 지방 의대는 신입생의 40%를 지역인재로 충원해야 한다.

그 결과 지역인재전형 비중이 큰 수시모집에선 지방보단 수도권 의대 경쟁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 임 대표는 “지방권 의대 지역인재 전형 40% 의무 선발 적용으로 서울·수도권 학생은 지방권 의대 수시 지원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반면 정시에선 수도권 학생이 지방의대에 지원이 가능해 경쟁률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이어 “지역별 학령인구 변화와 수시·경쟁률 현황 등을 종합해 지역인재전형 40% 의무 선발 비율이 적정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 모집정원 확대 시 정시에선 사실상 지방권 학생들로만 지방의대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최근 4년간 의대 중도탈락자 수(자료: 종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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