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미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사실상 우리측 주민 피살사건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는 동시에 남북 관계를 관리해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 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열점 수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가리키는 북한의 용어다.
|
또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동족 대결 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찬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 세력들은 계속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마구 헐뜯는데 피눈이 되어 날뛰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저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지금껏 견지해 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드는 것”이라며 “남조선 보수 패당의 분별없는 대결 망동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시신 훼손 논란에 대해서도 “보수패당이 그토록 야단법석 대는 ‘시신훼손’이라는 것도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의 원인과 경과를 가리기 위해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보도를 통해 사실상 우리측 주민 피살사건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측이 제안했던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에도 침묵함으로써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서해사건의 장기화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인권문제로 이슈화하는 조짐에 대한 선제대응”이라면서 “서해사건에 대해 국제조사를 주장하는 측을 ‘남조선보수패당’으로 엮어 남남갈등 유발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남북관계 파국을 원치않는다는 입장 표명을 통해서는 상황 수습과 봉합을 기대하는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달 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안하다’라는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이번 사건의 책임이 기본적으로 우리 측 주민의 무단 침입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을 보강했다”면서도 새로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