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몽구 회장, 외부 경영진단 지시 '위기경영 빛났다'

현대·기아차, 4월 외부 경영진단 실시
위기상황 선제대응 메뉴얼 마련·시행
  • 등록 2012-11-21 오후 2:01:56

    수정 2012-11-21 오후 2:01:56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외부 경영진단을 통해 위기 선제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올 들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발 앞서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지시한 것도 외부 경영진단을 토대로 준비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최근 예상치 못했던 미국 연비 과장표시 사태에서 현대·기아차의 발빠른 위기대응 능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삼일회계법인 소속의 컨설팅그룹인 삼일PWC컨설팅으로부터 위기관리 대응을 위해 조직 전반에 대한 경영진단을 받았다.

지난 3월 유럽 현지법인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시장상황 등을 점검하고 직접 외부 경영진단을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유럽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해외시장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위기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선제대응을 위해 외부 경영진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특히 4월 경영진단에서는 이전의 컨설팅과 달리 위기상황에서의 조직정비와 인사, 대응방향 등과 관련해 한달 이상의 밀도높은 경영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전사적인 경영진단보다는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방향을 세우기 위해 컨설팅을 받아 왔다.

때문에 조직관리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외부 컨설팅을 받는 일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진단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까지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위기대처 능력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는 경영진단이 끝남과 동시에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위기관리 선제대응에 나섰다.

6월초에는 현대·기아차 경영진을 유럽으로 보내 시장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곧바로 하반기 전략을 점검하는 해외 법인장 회의를 예정보다 한달 앞당긴 6월말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몽구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언급하며 유럽위기에 대한 타개책을 주문하고 시장별 상황변화를 감안해 “차별화된 선제 대응방안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정몽구 회장의 위기관리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정 회장은 미국을 방문해 품질을 더욱 강화토록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직접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기아차 제공
정 회장은 미국 법인의 업무보고 뒤 현대차(005380)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000270) 조지아 공장을 차례로 방문해 품질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7월부터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신형 싼타페의 초기 품질을 직접 챙기고 재차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기상황에서의 일찌감치 선제 대응을 강조했던 정몽구 회장은 최근 불거진 미국 연비 과장표시사태에서 발빠른 대응으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했다.

언론에 공식발표되기 한달 미국에서의 연비 과장표시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보고받은 정 회장은 연비과장문제가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곧바로 남양연구소장과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는 선제적 인사조치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바짝 조였다. 아울러 북미시장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비과장으로 인한 피해 보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사태를 조기수습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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