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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폭력`이다. 궁극적으로 국가폭력이다. 국가폭력을 끌어내기 위해 사적인 폭력으로까지 거슬러 올랐다. 17세 소년이 겪는 폭력의 일상화는 가정을 거쳐 갓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본격화됐다. 법도 윤리도 저항도 실존도 폭력 앞에선 다 소용이 없다는 절망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소년은 “내가 맞는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이 멀고 낯선 곳이기 때문”이라며 폭력의 실체를 아프게 수용한다.
한 작가가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은 곳은 거문도였다. 그는 전남 여수에서 물길로 115km는 더 가야 한다는 거문도에서 6년째 살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났다. 당장 거문도로 향할 수 없는 여건 탓에 서면으로 그를 만났다.
학교폭력에서 벗어난 소년은 국가폭력 한가운데 선다. 분위기는 1980년 5월 광주다. 왜 불현듯 과거로 기억을 되돌렸을까. 그는 `문학의 텍스트가 되지 않은 사건은 역사에서 잊힌다`는 명제를 믿는다. “많은 작가들이 5·18을 배경으로 작품들을 써왔다. 그런데 요즘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소설 속 배경을 5·18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시대도 지명도 사투리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자 한 것은 국가폭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자전적 내용인 것은 인정했다. 17살이던 1980년 그는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폭력에 대한 작가의 몰입은 소설의 소년이 성장할수록 강도를 더한다. 이에 대해 그는 “소년이 성장하면서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되는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면 야만과 파괴가 어디까지 가는가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폭력은 지금도 만연해 있다. 국가폭력도 마찬가지다. “30년 전 것이 물리적인 폭력이라면 지금은 행정의 억압, 문화경시, 약자에 대한 멸시 같은 것”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주류와 도시, 중심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을 훼방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라고 했다. “이런 장면이 있다고 자꾸 들이대서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소설은 변방에 핀 그 `불편한 꽃`이다. “우리나라 5월에는 흰 꽃만 핀다고 하더라. 5월의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상징적으로 들린다.” 제목은 그 말에서 따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 그것이 `꽃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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