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reform)정치 이기주의..막가자는 말인가

[기획특집]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1부>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정치권 연금개혁 `나 몰라라`
늦출수록 어려운 연금개혁..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 등록 2008-01-08 오후 2:11:09

    수정 2008-01-08 오후 3:20:17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건드리면 죽는다(Touch it and you die)".

연금 개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발간한 `연금개혁, 미완의 과제`보고서에서 "연금 개혁은 아무도 만지지 않으려는 폭탄과 같다"며 이 같이 표현했다.

연금 개혁은 당장 부담이 늘어나면서도 효과가 미래에 나타나기 때문에 개혁을 단행한 정부는 비판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실제로 지난 1995년 프랑스 발라뒤 정부는 공공부문 연금 개혁을 하려다가 무산돼 실각됐다. 이탈리아는 선심성 연금 정책을 펼치다 국가 재정은 악화되고 조기 퇴직자가 쏟아지면서 급기야 1992년 경제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후퇴되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탓에 연금 개혁은 너무나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아들 딸 세대를 위해서 연금을 뜯어 고쳐야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총대 매고 개혁에 나서는 주체는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자처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 개혁의 `공수표`는 되풀이되고 

참여정부는 국민연금을 개혁과 더불어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개혁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이용섭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나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금방이라도 개혁이 될 것처럼 수술을 공언했다. 유 전 장관의 경우 박명재 행자부 장관과 개혁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정국이 가까워올 수록 정부의 입장은 바뀌었다.

지난해 1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초안을 냈지만, 공론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주무부처인 행자부는 정부안조차 마련하지 못한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의원 입법안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았다.

이민원 행자부 연금복지팀장은 "제도를 개혁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차기 정권에서 공약한 기초연금이 추진되면 공무원연금도 전체적인 개혁 구도를 바꿔야하기 때문에 동떨어져서 개선안을 마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참여정부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 박명재 행자부장관과 박성철 위원장이 단체교섭에 합의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 단감 카드는 남발되고


지난해 12월 14일 정부 중앙청사 정부중앙청사 12층 회의실. 박명재 행자부 장관과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동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하위직 공무원의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6급 이하는 57세, 5급 이상은 60세로 이원화돼있는 공무원 정년이 직급에 관계없이 60세로 통일된다.

현재 중앙 및 지방직 6급 공무원 수는 약 7만명. 평균 연봉 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이들에게 1년동안 주는 연봉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6급이하 공무원이 총 25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정년을 3년 연장한 데 따른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늘어나는 공무원 급여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정권 말기 공무원 정년 연장 합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급격한 고령화에 맞춰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추세다. 공공부문이 먼저 정년을 연장해야 민간도 이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 정년을 늘리려면 참여정부동안 몸집을 불려온 조직을 효율적으로 가다듬고 급여 체계를 바꾸는 것과 병행돼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합의문에는 조직 구조조정이나 임금피크제와 같은 전제조건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시급한 현안인 공무원 연금 개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정권 말기 공무원들 잇속만 차렸다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정부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총선 부담..개혁,올해도 난제

공무원 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 개혁은 올해도 성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도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주택거래세 폐지등 각 분야에 대한 정책 수정을 숱하게 내놓으면서도 유독 특수직역연금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노인들에게 주는 용돈을 늘려야한다며 기초연금 도입만 전면에 내세울 뿐이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총선이 부담스러워서다. 

보수 기득권층을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에게도, 대선에 패배한 후 총선에 목숨걸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게도 공무원, 교사, 군인들의 한 표 한 표는 당장 급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에게는 눈 앞의 표밖에 없다.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 후세대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금뱃지들은 지금 나라 재정이고 뭐고 내 알바 아니니 막가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래서야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인 체면이 서겠는가.
어짜피 맞을 바에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로만 떠드는 연금의 장기적 개혁을 말이 안된다. 시간을 늦출 수록 연금을 타는 수혜자들이 많아져 반발이 더 거세지기 때문이다. 하려면 빨리해야 한다"며 조속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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