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원점으로…향방은?

론스타, 지분분할 매각 or 경영권 매각 재시도
KB·하나·농협·산은 등 인수 후보군 물망
  • 등록 2008-09-19 오후 1:52:58

    수정 2008-09-19 오후 1:52:58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막바지에 온 것 같았던 외환은행(004940)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먹튀` 논란에 부딪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력있는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두 번이나 주인찾기에 실패했다.

그러나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을 분할 매각하지 않고 다시 경영권 매각에 나선다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은행들의 외환은행 인수전이 불 붙을 전망이다.

◇ 론스타 새 협상자 찾을까

19일 HSBC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파기함에 따라, 대주주인 론스타는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의 처리 방향을 다시 결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론스타가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10%미만으로 5~6번에 걸쳐 쪼개 팔거나, 또는 경영권을 인수할 다른 협상자를 공개 입찰 등을 통해 찾아나서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분할 매각보다는 경영권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론스타가 분할 매각을 선택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하는 데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10%미만의 지분을 사들일 만한 재무적 투자자를 빠른 시일내에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론스타가 쪼개 파는 지분을 사들일 때도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전제돼야 한다.

은행법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비금융주력자는 4% 이상) 매입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 여부에 대해 종전보다는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위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의 1심 판결 전이라도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다만, 론스타가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 불확실한 만큼 10% 미만 분할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일부 시각이다.

그동안 HSBC와 론스타는 정부측이 이달 안에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 내에서는 결국 이달 내 승인이 어렵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참조☞(프리즘)"국정감사가 언제예요?")

또 투자 기간이 5년 가량이 되는 사모펀드 특성상 론스타가 2003년 취득한 외환은행을 연내에는 처리하도록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차기 인수 후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경영권 매각을 선택한다면, 국내 은행들간 인수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KB금융지주)과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민은행(060000)의 경우 강정원 행장 뿐 아니라 황영기 회장 역시 여러차례 외환은행 인수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황 회장이 제시한 대형 금융지주사간 대등합병론에 대해 각 금융지주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자산과 수익면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어 M&A를 통한 재도약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김승유 회장이 이번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다.

농협의 경우 최근 실적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M&A로 규모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농협은 지난 9일 국회 업무 보고에서 "국내외 은행 M&A 시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민영화를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한때 외환은행과의 통합 시너지를 고려한 바 있다.

해외 금융회사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여력이 감소한 데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값 싸게 매물로 나와 있어 외환은행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몸 값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크게 올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식 시장 하락과 HSBC의 매각 종결 선언으로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해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HSBC는 론스타에 지난해 계약가인 주당 1만8045원보다 크게 낮은 1만2600~1만2800원 정도로 외환은행 가격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이 가격은 현재 외환은행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값이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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