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 말미에 “(메르스 사태가 확대되는) 위중한 시기에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공방에 몰두한다면 국민적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정치 자체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면서 “정략적으로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서로 비방하는 것은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이 낯뜨거운 행보를 보여선 안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오늘부터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는 시기까지 여야간 날선 상호 비방과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곧바로 발끈했다. 그는 “오늘 메르스 얘기만 하려고 했지만 조금 전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나무라는 식으로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김 대표이 얘기한 ‘정치권’의 범위가 여야를 넘어 당청까지 해당된다고 해석한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그만큼 현재 당청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한번 “여야간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으로 제안한다고 한 것”이라면서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말 하나에도 오해할 정도로 골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당의 여러가지 갈등 요인을 조기에 해소하지 않으면 더 확전될 수 있다.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도 이날 다툼을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의중을 중시하는 당내 친박계가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권파에 불만이 상당한 것은 이미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