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미얀마를 방문 중인 왕 부장은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문제에 건설적 작용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부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 권익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지역 주도권을 인정하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 등에 간섭하지 말 것을 미국에 다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중국은 확고하게 국가 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이와 관련,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어느 한 쪽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도 의견을 교환했지만,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언론들은 외신을 인용, 왕 부장이 케리 장관의 ‘지각’에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당신을 4시30분부터 30분 기다렸다”면서 두 번이나 그의 지각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처음에는 ‘미안하다’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가 왕 부장이 재차 지적하자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접촉에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우호적 협상 담판과 평화적 방식을 통한 갈등해결’ 원칙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열린 중국·아세안(10+1)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중국과 아세안은 운명공동체”, “중국은 아세안에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동반자”라고 강조하며 “중국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아세안을 주변외교에서 우선방향(위치)에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열린 아세안·한중일(10+3)외교장관회담에서 “협력을 강화해 동북아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제안하고중국이 창설을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함께 건설하자고 요청했다.
AIIB는 미국과 그 동맹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과 맞서는 성격을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금융기구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20개국 이상이 참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과 일본은 유보적 혹은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