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지 하루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1동·흑석동·사당동 등 이른바 ‘동작을’ 곳곳에서 유세를 진행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의 열기, 언론의 집중된 관심과 달리 주민들은 후보들이 유세할 때만 반짝 선거얘기를 나눌 뿐 전반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후보들의 단골 유세 장소인 사당시장, 남성시장, 흑석시장, 숭실대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숭실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정창권(27)씨는 동작을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제한적이지만 그 중 가장 대안이 될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초복을 맞아 사당종합복지관에서 삼계탕 배식을 기다리고 있던 이야모(84) 할머니도 “누가 잘 난지 못난지 아직은 모른다. 조금 지나보고 좋은 사람 찍어야지”라고 말했다.
재보선 15곳 중 동작을은 유일한 서울 지역구로서 상징성이 크다. 젊은 층이 많아 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강남과 인접해 보수·안정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재선을 한 동작을은 6·4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시장에게 57.89%의 표를 몰아주는 등 일관된 민심을 보이지 않았다.
후보들의 전략도 제각각이었다.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당 내 지원을 최소화하고 조용한 유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반면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당의 지원을 적극 활용했다. 나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구 흑석동주민센터 노래교실에서 60대로 보이는 어르신 40여명 앞에서 ‘서울의 찬가’를 ‘동작의 찬가’로 개사해 부르면서 지역민심 공략에 나섰다. 그는 “외가는 흑석동이고, 제 이름은 상도시장에 있는 작명소에서 지었다. 흑석동의 외손녀 안 잊어 버리시겠죠”라며, 동작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기동민 후보 지원유세에서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회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던 기 후보는 “안녕하세요, 서울시부시장했던 기동민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기 후보를 지원온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동작 발전을 위해 이번에는 2번”을 외쳤다.
◇야권연대 ‘글쎄’…야권 후보들 완주하나
동작 을 선거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야권연대의 성사여부다. 일단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크게 앞서 있는 만큼 기 후보와 노 후보로선 연대 없이는 역전이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간 당대당 연대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에서 2·3위 후보들의 개인적 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여론조사상 3위를 달리고 있는 노 후보는 정치적 재기 등을 위해 이미 완주를 공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