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으로 실탄 쌓은 삼성, SW업체 M&A 나서나

지난해 4분기 차입금 규모 2.81조.."의도적으로 곳간 늘려"
M&A 직전 차입금 조달 수순 관측.."삼성, 눈여겨보는 업체 있다"
  • 등록 2012-01-31 오후 1:22:25

    수정 2012-01-31 오후 1:22:2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들어서만 3조원 가까운 차입금을 조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21조원 이상의 현금을 쌓아둔 상태에서 추가로 돈을 끌어와 현금성 자산을 27조원 규모로 늘린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메디슨, 레이 등 의료기기업체들을 인수하기 직전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했던 점을 들어 `인수합병(M&A)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차입금을 2조8100억원가량 늘렸다.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사상 최대인 26조880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3분기말 현금성 자산(21조7500억원)에 비해 5조1300억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현금성 자산은 순현금과 현금등가물,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도가능증권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언제든 쓸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4분기 20조88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뒤 매분기 20조원 안팎의 실탄을 확보해 왔지만, 이처럼 차입금 조달을 통해 급격하게 자산을 늘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영업활동 덕에 증가한 현금은 7조3200억원으로 전기와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는 없다"면서 "전기에 비해 6배 가까이 차입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곳간을 채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돈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시설 투자와 함께 M&A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입금 조달 이후 M&A에 나섰던 삼성전자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6월 운영체제 개발업체(OS) 티맥스코어와 의료기기업체 레이 등을 인수할 당시인 그해 2분기 2조18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2010년 12월 국내 최대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기 전인 그해 3분기에는 85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네덜란드의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전문업체 리쿠아비스타를 인수할 때에도 앞서 1조400억원의 차입금을 쌓아둔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는 별도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1485억원) 규모의 해외채권도 발행할 계획이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소재한 소프트웨어업체 혹은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을 지켜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줄곧 "소프트웨어와 M&A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한 분기 만에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많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면서 "투자 여력이 더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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