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이나 빌리면서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후속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자본금이 33억원에 불과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설령 추진된다 해도 투자배경이나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프랑스법인 수조원 유증 실시.."`승자의 저주` 없앨 것"
현대그룹은 20일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수조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그룹의 자금난 의혹을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접촉 중"이라며 "이들로 하여금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수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자에 참여할 SI나 FI 후보들이 누구인지, 유상증자의 구체적인 규모나 조건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대출을 유상증자로 바꾼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프랑스법인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있어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자본금 33억 불과.."실현 확률 높지 않아" 회의론 일어
문제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자본금이 33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날 현대그룹 발표의 `실현 가능성과 진실성`에 대해 다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에 투자하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유상증자 참여의 목적이나 배경도 배경이지만, 자본금이 30억원대인 회사가 수조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업황이나 현대그룹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이라 해도 현대상선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며 "프랑스법인에 투자한다면 투자 배경이 뭔지, 조건이 어떤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이 소송전을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진위여부를 파악해야겠지만 아마도 소송을 감안한 움직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는 방식으로 `우리는 자금이 충분하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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