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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은행이 외부 압력에 취약하다는 추론이 앞으로의 통화정책 전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20일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일본은행의 완화 축소 결정이다. 일본은행은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로다 총재는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번 결정을 10년간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핵심 축인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전환점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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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발표한 10월 금융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수익률 곡선 관리 정책(YCC)의 추가 조정이 임박했다는 뉘앙스가 포착됐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 회의록에선 10월과 12월 회의 사이 시점에서 구로다 총재가 기시다 내각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구로다 총리는 지난 11월10일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금융정책 변화를 모색할 생각을 드러냈다”며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배경이 됐다고 해석했다.
‘포스트 구로다’ 후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일본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에선 금융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놓고도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 이후 제3의 인물이 차기 총재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야마구치 히로히데 전 일본은행 부총재다. 아베 전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경기부양책에 쓴소리를 해 온 인물이다. 야마구치의 부상에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재가 야마구치를 선택할 경우, 아베노믹스로부터 점차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아직까지도 몇몇 잠재적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 반갑지만은 않은 불확실성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구로다의 남자들이 오르든, 아베노믹스와 선을 긋는 제3의 인물이 오르든 험로가 예상된다. 더 이상 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초완화정책을 고집하기 어렵지만,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