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KT합병)⑩`눈치보는 기업-칼자루 쥔 정부`

민감한 시기, 통신사들 정부정책 보조에 안간힘
"KT 합병논리 정부정책에 맞췄다" 지적도
`합병 승인과정, 향후 정책방향 시그널`주목

  • 등록 2009-02-19 오전 11:36:52

    수정 2009-02-19 오전 11:39:04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작년 12월26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통신정책의 방향을 `요금인하·저소득층 지원 등 소비자후생 강화와 투자활성화에 맞추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와이브로 음성탑재·010 번호부여를 시행하고, 주파수 회수 재배치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통신기업 투자를 전년대비 3.6% 늘린 6조8800억원을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보고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속에서도 방통위는 통신기업 투자를 올 상반기에 집중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소비자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독려에는 열중하면서도, 정작 이를 시행할 기업에 대한 정책비전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통신규제`라는 올가미 속에서 정부 눈치만 보게 만든다는 속내다. KT-KTF 합병논리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사업성 없는 투자집행..규제비용?

방통위는 올해 통신업체 설비투자 실적을 매월 체크할 전담반을 구성했다.

통신사들이 밝힌 투자계획에 근거,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선 이행여부 공개 등의 조치도 취할지 검토중이다.
 
정책 취지는 이렇다. 정부가 대형 통신사에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해 전후방 산업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힌 2009년도 통신사업자 투자계획


하지만 정작 투자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업성 기반이 약한 와이브로 투자를 독려하거나, 기존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도 못했는데 신규투자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KT 내부에서 조차 와이브로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통신사들이 밝힌 올해 투자계획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작년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투자계획서를 만들었는데, 정부 눈치에 숫자를 부풀렸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G데이콤은 작년말 방통위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보고했지만, 1월들어 공시를 통해선 2200억원 이상을 하겠다고만 밝혔다. 
 
또 있다. 지난해 8월, 경기둔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업체 CEO를 불러모았다. 경기활성화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은 투자를 2200억원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SK텔레콤의 계획에 대해 업계나 증시에선 "투자계획을 하반기에 갑자기 바꾼 것은 규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통신기업 사이에선 "사업성이 떨어짐에도 투자를 하는 것은, 규제기관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규제비용"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다른 업종에는 없는 `규제비용`이라는 재무제표 항목이 통신업체에는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기업은 생리상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투자한다"면서 "규제기관 눈치를 보며 투자한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방통위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현재 사용중인 2.3GHz 주파수 외에 2.5GHz 주파수를 새로 배정하고, 8.75GHz인 주파수대역을 10GHz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일본 등은 와이브로 주파수를 2.5GHz 대역에서 10MHz 대역폭을 쓰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2.3GHz 대역에서 8.75MHz 대역폭을 사용해 해외시장과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파수 대역이 바뀌면 KT·SK텔레콤이 지금까지 투자했던 수천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입안 초기 주파수 결정만 잘 했어도 사업자들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이었다.

◇KT의 합병논리..정부는 희색?

정부의 투자유인 정책은 KT(030200)의 합병 논리에서도 그대도 나타난다.

이석채 KT 사장은 합병 기자회견을 통해 "KT-KTF 합병목적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보다는 우리나라 IT 산업을 견인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KT는 또 합병 기대효과에 대해 생산유발·고용창출·요금인하 따른 소비자혜택을 강조했다. 올해 투자계획도 KT·KTF 합쳐 3조7804억원을 하겠다고 정부에 밝혔다. 통신기업 중에선 가장 많은 액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KT 같이 인건비 비중이 높은 회사가 비용절감 만으로 투자요인을 찾고, 요금을 인하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는 장기적인 기조에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공정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게 필요하다"면서 "공정경쟁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KT-KTF 합병은 정책당국이 향후 방송통신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를 가늠하는 주요한 계기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규제철학을 견지할 것인지, 어떤 경쟁정책을 통해 소비자편익을 도모할 것인지를 진지하고 꼼꼼하게 짚어볼 기회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KTF 합병의 결과는 방송통신업계에 새로운 정책신호로 인식될 것"이라며 "KT나 다른 시장참여자들, 소비자, 나아가 국가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칼자루를 쥔`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⑩`눈치보는 기업-칼자루 쥔 정부`를 끝으로 (쟁점!KT합병) 시리즈를 마감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는 방송통신업계 구도를 뒤바꿀 수도 있는 KT 합병 이슈를 근본에서부터 짚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특히 승인권을 행사해야 할 방통위와 공정위가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독자여러분의 큰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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