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신용경색이 국내 M&A시장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어서 최근 몇년간 활발했던 대기업은 물론 중견그룹들의 M&A를 통한 사세확장 분위기가 달라질 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굵직한 구조조정 기업의 M&A는 재계 순위를 바꾸는 동시에 인수에 성공한 기업의 사업다각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구조조정 기업의 대부분이 동종업계를 주도하는 경쟁력을 갖춘데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무건전성도 양호하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건설부문에서 1위의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재계 8위로 올라섰다.
중견기업으론 유진그룹이 서울증권, 하이마트, 로젠택배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재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웅진그룹도 극동건설과 새한을 인수했다. 효성그룹의 스타리스,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프라임그룹의 동아건설 등이 최근 M&A를 통한 사세확장에 적극 나선 중견그룹들로 꼽히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앞서 대기업들의 제조업과 금융업의 융합을 위한 M&A 시도 역시 활발하다. 롯데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했고, 현대차그룹도 신흥증권 인수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의 공격적 M&A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설로 확대되고, 정부도 기업의 과도한 차입에 의한 M&A를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향후 M&A시장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M&A시장이 과열된 것은 자체 자금없이도 사모투자펀드(PEF)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자금시장이 어려워지면서 M&A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M&A시장은 자금력이 없어도 PEF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에 누가 최종 인수자가 될 지 불확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과 연기금을 비롯한 PEF들이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에서 이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기업들의 M&A 자금조달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식시장 조정과 맞물려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옵션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설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성을 믿고 풋백옵션을 통해 투자했더라도 M&A에 참여한 파트너 기업이 풋백옵션 행사시 이를 집행해 줄 수 있느냐가 또다른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불참키로 했지만 인수전 경쟁자였던 포스코, 한화그룹, GS그룹 등은 그만큼 인수경쟁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훈 애널리스트는 "포스코, GS, 한화는 중도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최근 몇년사이 대형 M&A가 없었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그만큼 충분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입장에선 M&A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재계순위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자금압박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인 사항일 뿐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의 M&A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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