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 "정치검열·직권남용 즉각 중단하라" 한목소리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문화예술위 등 규탄
13일 대학로X포럼 페이스북에 글 올라와
"김종덕 장관 직권남용 옹호·자행시인한 꼴"
  • 등록 2015-09-13 오후 4:26:27

    수정 2015-09-13 오후 4:36:3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정치 검열과 헌법 파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연극으로 행동하고 앞장서고자 지난해 결성한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는 13일 대학로X포럼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게재했다.

‘우리의 목소리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것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예술에 대한 공무원들의 정치 검열과 헌법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문체부와 예술위 등을 강력히 규탄했다. 예술위는 지난 11일 창작산실 연극 부문 선정과정에서 연출가 박근형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빼달라는 식으로 특정 작가·작품을 사전에 검열하고, 심의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연극배우 장용철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 대표가 올린 이 글에 따르면 연극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창작산실’ 연극지원 사업에서 박정희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배제할 것을 심사위원 5인에게 종용하고 심지어 연출가 당사자를 찾아가서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도종환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문학창작기금 선정과정에서도 문화예술위 공무원들의 ‘유신검열’이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인식”이라고 개탄했다.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는 “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의 ‘정권차원의 문화계 길들이기’ 질의에 대해 ‘문화예술계 내에서 정치적 이슈화에 골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 문제’라며 도리어 문예위의 직권남용을 옹호했다”며 분노했다.

아울러 “한선교 의원은 더 나아가 박근형 작가의 작품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우려가 있다면 지원 철회가 마땅하다고 밝혔다”며 “문예위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의무다”라고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을 자행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열에 대한 옹호는 민주주의 전제를 이루는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검열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짓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는 관점들의 다양성 속에서만 존재하며 단지 한 관점에 의거해 표현이 통제될 때 그것은 독재에 불과하다. 예술에 대한 정치 검열과 헌법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을 촉구했다.

한편 대학로X포럼은 학연과 단체 등을 떠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통해 토론하는 연극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연극계 자발적 토론공동체 페이스북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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