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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편성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주문은 모든 기득권을 깨라는 것과 같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증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예산개혁이다. 기자는 정치인이 증세부터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이자 업무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불특정 국민에 손 벌리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혹은 내가 영향을 미치는 기득권을 깰 생각은 했는지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개혁할 예산은 수두룩하다. 최근 처리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아문법)부터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광주에 대규모 문화전당을 짓는 게 골자인데, 여당 한 의원은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된다”고 했다. 지역 문화시설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적연금을 수술해야 할 정도로 재정 압박이 심한 상황을 한번 더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공약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다. 대선 경제공약을 만든 여당 한 경제통 의원의 토로다. “세출 구조조정은 정권 초 힘이 가장 셀 때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그만큼 예산 저항이 심하다. 되돌아보면 예산개혁을 못한 게 가장 아쉽다.”
100만명 남짓 공무원을 상대로도 연금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한 게 박근혜정부다. 연금개혁은 예산개혁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만큼 수십년을 굳어온 우리나라 기득권층은 다양하고 두텁고 견고하다. 정권도 벌써 중반을 넘어서는데 개혁 약발이 먹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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