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진 '골드만삭스 스캔들'…초강력 금융규제 부르나

[김인경의 亞!금융] 말레이시아 나집 전 총리 스캔 휘말려 벌금 7조
'벌금만으론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내 규제 강화 목소리
  • 등록 2020-10-25 오후 2:31:47

    수정 2020-10-25 오후 9:41:54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1869년 세워져 151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벌금 65억달러(7조3400억원)이상을 내야 할 상황이 됐다. 지난해 순이익(84억6600만달러)의 4분의 3가량을 물어야 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이런 벌금에 휩싸인 이유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말레이시아 스캔들 ‘1MDB(1Malaysia Development Berhad·1말레이시아개발유한회사)’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연방검찰과 기소 유예를 조건으로 23억달러(2조6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외에도 2012~2013년 1MDB의 채권 발행을 대행하면서 얻은 수수료 수입 6억달러(7000억원)도 내놓기로 했다. 미국 당국이 결정한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에 따른 벌금 중 최대 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에도 말레이시아 당국과도 39억달러(4조4000억원) 벌금에 합의했고, 홍콩 금융당국에는 3억5000만달러(4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할 처지다.

사건의 발단은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전 총리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1MDB라는 국영기업을 세웠다. 에너지 개발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국부를 늘리겠다는 이유였다. 말레이시아 석유를 담보로 2012~2013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정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65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채권을 찍어 조달한 돈은 말레이시아 에너지개발에 쓰이지 않았고 나집 총리와 측근들의 비자금과 로비자금으로 쓰였다. 1MDB에서 발표했던 에너지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실제 말레이시아 당국은 나집 총리가 물러난 뒤 그의 자택과 별장에서 호화요트와 명화, 보석 등을 찾아냈다. 시계와 명품 가방을 압수하는 데 트럭 다섯대가 동원될 정도였다. 계좌에도 10억달러 가량이 확인됐다.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나집 전 총리는 “정의를 원한다.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7월 1MDB 사태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후 기자들을 만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AFP제공]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간 6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대행하고 수수료를 받은 곳이 바로 골드만삭스다. 미국 연방검찰은 투자자들이 골드만삭스라는 이름을 믿고 투자한 만큼,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또 한번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부실 정황을 뻔히 알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게 드러나 사기혐의로 5억5000만달러(6200억원)의 벌금을 낸 바 있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탐욕적인 월스트리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회사로 손가락질 받았다. 이후 10년간 골드만삭스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애써왔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골드만삭스는 서둘러 위기를 수습하려는 분위기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회장과 데이비드 솔로몬 회장 등 전현직 임원의 책임을 묻고, 그간 이들에게 지급된 1억7400만달러(2000억원)의 급여와 보너스를 돌려받기로 했다. 솔로몬 회장은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호소했다.

미국에선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당 강령에 불법행위에 손을 대 돈을 번 월가 경영진을 형사처벌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금융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제가 앞으로 더 강화될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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