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과 관련된 루머는 주로 증권가나 관가에서 유출된 것으로, 직접 사퇴서를 제출했다는 설을 비롯해 인사청탁을 거절해 정치권으로부터 괘씸죄를 받은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소문이 확산되자 한전은 최근 직원들에게 감사실 명의의 공문을 돌려 유언비어 차단에 나섰다.
김 사장이 이같은 사퇴설에 시달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불도저식으로 추진해왔던 일련의 정책들이 좌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잔여임기가 9개월이나 남아있음에도 때 이르게 찾아온 레임덕은 바로 그 때문이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하나의 한전을 표방한 `원 캡코`를 강조해왔다. 지난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그룹사`로 조각난 한전을 다시 하나의 한전으로 합치자는 것. 하지만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은 이와 정반대로 나왔다.
개편안으로 한전은 오히려 전보다 더 회사를 조각내야 했다. 정부는 현행 한수원과 화력발전 5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쟁 촉진을 위해 이들 발전사를 한전이 아닌,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전의 발전사 장악력은 전보다 더 감소하게 됐다.
UAE와 달리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보니 일개 사업자일 뿐인 한전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들이 대부분 터키처럼 자금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한전이 원전 수출협상에서 활약할 여지는 적다.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한 후속작업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직접 사퇴서를 제출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김 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루머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시점부터 이미 한전의 재통합은 물 건너 간 것이었다고 본다. 김쌍수식 개혁은 애초 공기업으로서 한전이 갖는 한계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연이야 어찌됐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사장이 정부와의 마찰 때문에 갖가지 뒷말을 남기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리더십은 밀어붙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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