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경기가 식으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 통계청이 내놓은 2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대구와 강원도에서만큼은 예외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2분기 백화점이나 마트가 포함된 대형 소매점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5.8% 줄어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다음으로는 충북(-5.3%), 전북(-4.3%) 순이었다.
반면 강원도(9.4%)와 대구(6.7%)는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대구 지역의 백화점 매출은 20%나 뛰었다. 지난달 할인점 매출액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3% 감소하고, 백화점 매출도 0.9% 줄어든 것과도 대조적인 분위기다.
그렇다고 대구나 강원도의 경제 사정이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다. 대구(3.8%)와 강원도(9.0%) 광공업생산이 늘었고 고용도 소폭 증가했지만, 생산이 늘며 지역경제가 더 활기차게 돌아가는 대전이나 고용이 대폭 증가한 인천이나 경기지역도 대형 소매점 판매는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구와 강원 지역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에는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새로 들어섰고, 강원도 주요도시 몇 곳에 대형마트가 신규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개점 당시 3일간 95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이 생기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줬다. 대구지역 일부 백화점은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재고가 많아지자 눈물의 고별전을 준비하는 등 가격파괴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전체 매출은 늘었다 해도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과 질 높은 서비스를 싼값에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를 늘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