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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대선’ 과연 DJP연대가 정권교체 기적 만들었나?
과거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김대중(DJ)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유시민의 저서 중 97년 대선 전에 나온 ‘게임의 법칙’이 있습니다. 유시민이 마흔이 되기 전에 독일 유학 중 쓴 책입니다. 결론은 ‘DJ로는 대선승리가 어렵고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DJ는 온갖 고초에도 97년 대선에서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적을 달성합니다. 대선승리의 원동력은 공식적으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였습니다.
실제 득표결과를 보면 대선 승패를 가른 것은 여권 분열이었습니다. 김대중(40.27%, 1032만6275표), 이회창(38.74%, 993만5718표). 두 사람의 표 차이는 39만여표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인제가 받은 표는 승자 김대중의 절반인 500만표(19.20%, 492만5000여표)에 육박합니다. 다시 말해 이인제의 독자출마가 없었다면 DJ의 당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라는 여권의 메가톤급 악재에도 DJ가 힘겹게 승리했다는 점에서 97년 대선승패를 가른 것은 이인제 변수였습니다.
2002년 대선으로 가보죠. 노무현은 어떻게 승리했을까요. DJ집권 기간 내내 이회창 대세론이 막강했는데도 말이죠. 노무현(48.91%, 1201만4277표)과 이회창(46.58%, 1144만3297표)의 격차는 겨우 57만980표입니다. 97년 대선과 크게 차이가 없는 박빙 승리입니다. 97년 대선과 비교할 때 이회창은 150만표 정도를, 노무현은 168만표를 각각 더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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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97년과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야권은 하나의 결론에 이릅니다. 호남의 대동단결, 수도권 선전, 영남표 분열이라는 3박자가 갖춰질 경우 야권의 대선승리가 가능하다는 방정식입니다. 실제 DJ의 경우 97년 대선에서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승리했고 광주·전남북에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당·탄핵’ 사과없는 어정쩡한 봉합이 갈등 증폭
두 번의 대선승리 이후 야권은 예기지 못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새천년민주당이 분당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됩니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일어납니다.
돌이켜보면 야권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민주당 분당은 ‘대통령을 만들어준 게 누구인데 배은망덕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탄핵사태 역시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어떻게 탄핵’이라는 분노를 낳았습니다.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달성했던 열린우리당은 이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며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탄핵을 주도했던 옛민주당 세력도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군소야당의 길을 걸었습니다. 야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특히 분당과 탄핵의 앙금에 이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증오와 대립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정동영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절반 이하의 스코어로 참패한 것은 물론 호남에서도 8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DJ처럼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역기반을 갖추지 못한 호남후보의 경우 대선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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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야권은 201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의 기적을 염원하며 문재인을 내세웁니다. 박근혜(51.55%, 1577만3128표) vs 문재인(48.02%, 1469만2632표). 결과적으로 패배입니다. 격차는 108만여표에 이릅니다.
대선패배는 야권에 많은 숙제를 안깁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다는 판단이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 역대 대선과 달리 야당을 괴롭히던 진보정당마저 출마를 표기하고 완벽한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투표율도 75.8%로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 영남에서 야권 득표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의 승리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불완전했다. 친노 후보의 확장성의 한계다.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견이 분분합니다.
대선 득표율을 따져보죠. 앞서 밝힌 대로 야권후보의 대선승리는 호남단결, 수도권 승리, 영남표 분열이라는 3박자를 갖춰야 합니다. 문재인은 호남에서 90% 안팎의 득표(광주 91.97%, 전남 89.28% 전북 86.25%)를 기록합니다. 부산·경남·울산 등 이른바 PK지역에서는 4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합니다. 노무현 당선 때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패배합니다. 서울(박근혜 48.18% vs 문재인 51.42%)은 이겼지만 인천(박근혜 51.58% vs 문재인 48.04%)과 경기(박근혜 50.43% 문재인 49.19%)에서 졌습니다.
문재인과 달리 노무현과 DJ는 모두 수도권에서 승리했습니다. 진보정당 후보였던 권영길이 출마하면서 야권표가 분산되는 악조건도 뛰어넘었습니다. 2002년 대선의 경우 서울(이회창 44.95% vs 노무현 51.30%) 인천(이회창 44.56% vs 노무현 49.82%) 경기(이회창 44.18% vs 노무현 50.65%). 97년 대선의 경우 서울(이회창 40.89% vs 김대중 44.87%) 인천(이회창 36.40% vs 김대중 38.51%) 경기(이회창 35.54% vs 김대중 39.28%).
◇문재인 다시 한 번 더 vs 다른 대안도 있다
과연 누가 나서야 할까요. 크게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노무현의 성공모델에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은 이에 반대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4.13 총선 성적표와 이후 전개될 합종연횡의 과정에서 야권 지지자들이 누구를 선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답은 아래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친노의 상징인 문재인이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가 정답이다.
-수도권의 비중을 고려할 때 박원순이 나서야 한다.
-친노와 충청의 지지를 담보할 수 있는 안희정이다.
-정치재개를 모색 중인 중도개혁 이미지의 손학규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뛰고 있는 김부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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