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ENG, '주식매수청구권' 복병에 합병 무산(종합)

  • 등록 2014-11-19 오전 10:38:27

    수정 2014-11-19 오후 5:43:19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두 회사는 매출 25조원 규모의 플랜트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혔지만, 합병 효과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전망과 주가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 17일 주식매수청구 마감 결과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주식이 모두 합쳐 1조6299억원 가량.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두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으로 삼성중공업 9500억원(발행주식의 15.1%), 삼성엔지니어링 4100억원(발행주식의 16%)을 제시했지만 이를 모두 초과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 행사 마감일인 17일 기준 각각 2만 5750원, 6만 80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날까지 주식매수청구가(삼성중공업 2만 7003원, 삼성엔지니어링 6만 5439원)를 크게 밑돌았다.

주가 시세와 매수청구가의 격차가 커지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매수 청구에 나섰고, 일부 소액주주까지 투자 회수에 나섰다. 주가 회복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정서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들의 합병은 최근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부담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 악화 등의 우려도 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5.6%, 순차입금의존도는 11.4%로 재무안정성 지표는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올해 1분기 해양플랜트 생산설비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는 등 해양부문의 실적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단기적인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수출 비중이 75% 내외로 해외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사업장의 원가율 조정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531.4%, 20.6% 수준이며, 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과거 대비 상당 수준 약화한 가운데, 올해는 대규모 손실 발생 등 차입부담 또한 확대되고 있다”며 “합병 이후 삼성중공업의 영업수익성 약화, 차입부담 확대 등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조선업계 자체가 최근 유가 하락, 불안한 금융시장,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악화한 영업환경에 놓인 가운데, 이들의 무리한 합병은 결국 기업가치 손실마저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회사 측 관계자는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할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이 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지난달 27일 임시 주총에서 승인을 거쳐 12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해왔다.

이번 두 회사의 합병 무산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그룹 내 중공업 계열 구조 개편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법인의 최대주주(12.5%)라는 점에서 양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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