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며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도 없이 그것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공무원연금법 처리와 연계해 하룻밤 사이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며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3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 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여당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쾌감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국회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 법제처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서명과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15일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국회는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이를 법률로 확정할 수 있으며, 재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와 관련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재의요구안에 대해 재의결 대신 자동 폐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법 개정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하면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법안을 제외한 안건 처리를 거부할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여야 간 공방이 더 치열해지는 등 정치권은 당분간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