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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공룡기업이자 지난 14년간 세계 최대 산업재 기업으로 군림해온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금융서비스 사업을 완전히 떼내기로 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자인 잭 웰치의 유산인 금융부문을 포기하는 123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GE를 제조업 기반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잭 웰치 유산` 버리고 초심으로
GE는 11일(현지시간) 지난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인식돼 온 GE캐피탈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가전사업 매각에 이어 지난 2013년 그룹 전체 수익의 55%를 벌어다 준 금융부문까지도 한계사업으로 인식해 정리하기로 한 셈이다.
사실 GE캐피탈은 GE에게는 애증의 관계였다.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초 신용 버블기에 20%대의 높은 자기자본수익률(ROE)와 40%대의 그룹 수익 기여도를 기록했던 금융부문은 버블 붕괴 때마다 그룹 운명을 위협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72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기업어음(CP)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주 배당을 줄이고 `AAA` 최고 신용등급을 잃어버리는 굴욕을 맛보게 했다.
이런 금융업의 불안정함을 우려한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GE캐피탈의 소매금융 부문인 싱크로니를 분사하면서 금융부문의 그룹 수익 기여도를 40%에서 25%를 낮추기로 했지만, 이번에 그 비중을 10%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규제 압박도 부담이었다. GE캐피탈이 미국내에서 7번째로 규모가 큰 금융업체이다보니 당국의 규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高배당에 환호…수익확보 과제
이멜트 회장은 이날 금융서비스 정리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포함해 2018년까지 자사주 취득과 배당으로 총 900억달러 이상을 주주들에게 이익으로 돌려주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이같은 소식에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하루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GE는 1899년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32년 연속으로 배당을 늘리는 행보를 보였지만, 지난 2009년 금융위기로 인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잘랐다. 이번 조치로 350억달러 정도의 배당 확대가 기대된다. 또한 500억달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미국 역사상 최대였던 애플과 같은 수준이다.
이같은 주주 이익환원 확대는 분명 GE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수익의 42%를 차지하는 GE캐피탈의 기여도를 10%대로 줄이는 대신 순수 산업재에 집중하게 된 GE로서는 지속 가능한 이익 환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 위해 실적 개선부터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잭 디건 하버어드바이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동안 GE캐피탈이 워낙 많은 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앞으로 남게 되는 산업부문에서 대규모 주주 이익 환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