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식약청은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을 포함한 사전피임약을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분류체계를 전환하는 의약품재분류 추진계획을 7일 발표했다.
그동안 해당 제품을 처방해왔던 산부인과학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 측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모든 의약품 중 오남용의 우려가 가장 큰 약제의 하나가 응급피임약이며, 본래의 취지대로 피임에 실패한 경우나 응급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하는 약제로 일반피임방법에 대신해서 사용되면 안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정상적인 피임방법과 달리 피임 실패율이 높아,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율 감소에 효과가 없음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패율이 15% 내외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일반약으로 전환하면 낙태 위험이 증가하고 콘돔 사용의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낙태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응급피임약이 마치 원치 않는 임신방지의 대표적인 해결책인 것처럼 오도해 잘못된 환상을 일반인들에게 심어준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 보다 호르몬 함량이 10배나 많은 고농도의 호르몬제이어서 오남용시는 물론 적정 사용시에도 여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이다"면서 "동네 의원이나 약국들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휴일에도 병원응급실을 통한 접근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성폭력 사후 처치와 같은 응급상황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측은 "사후피임약은 소화기 장애(구역, 구토 등), 두통, 현기증, 월경외 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 48시간 이내 사라지며, 여성호르몬제의 혈전증, 심혈관계 부작용 등은 피임약 등의 장기간 복용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사후 피임제는 성관계후 가능한 한 빨리(12시간 이내 권장), 늦어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응급피임 효과가 제대로 발현된다. 배란기의 성관계 당시에는 임신 여부를 의사 또한 진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결과에 무관하게 소비자 자신의 판단으로 복용여부를 결정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
현재 사후피임제의 처방을 산부인과가 아닌 진료과에서 처방받거나, 여성이 아닌 남성이 대신 처방받는 등 편법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에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논리도 제기했다.
약사회는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약사회는 "사전 경구피임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게 되면 의료비 부담이 현행대비 4.4~5.3배 증가되는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사전 경구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현행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사와 약사단체의 상반된 시각에 대해 의약품 사용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밥그릇 다툼'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대체적으로 의사들은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것을 반대했고, 약사들도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약이 줄어드는 것을 반대해왔다.
한편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천주교 청주교구는 지난 5일 충북 청원군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정란 착상을 막는 응급피임약은 사실상 낙태”라면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강하게 반대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7일 성명서를 내고 "사후피임약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을 유발시키고 있다"면서 "식약청은 사후피임약의 용도와 사용실태를 정확히 판단해서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