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내 벤츠 판매 시장의 최대 딜러이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의 주요 주주인 한성자동차와 한성차의 소유주인 레이싱홍 그룹이 국내 벤츠 판매의 독과점 지위를 굳히기 위해 중소 딜러를 기만하고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4년전 벌어졌던 중소딜러의 벤츠 코리아 사장 퇴진 요구 시위를 한성차가 배후 조정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주장은 다음달 벤츠 본사가 중국에서 한국과 중국 시장 전략회의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24일 벤츠 중소딜러였던 유진앤컴퍼니의 김유진 전 사장은 "지난 2007년 벤츠 딜러권을 해지당한 것은 한성차를 소유한 말레이시아계 화교재벌의 농간에 속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한성차측이 벤츠코리아를 공격해 사장을 내쫓는 걸 도우면, 끝까지 유진앤컴퍼니를 책임져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벤츠 수입상인 벤츠코리아로부터 차를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했던 딜러는 한성차, 유진앤컴퍼니, 더 클래스 효성 등이었다. 김 전 사장에 따르면 이보 마울 당시 벤츠코리아 사장이 대기업 계열 딜러인 더 클래스 효성을 통해 한성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성차가 이를 막기 위해 유진앤컴퍼니를 회유했다는 것.
김 전 사장은 "당시 한성차 측 고위 임원이 이보 마울 사장을 공격해주면 그 대가로 우리 회사를 끝까지 보호해주고, 분당 독점 영업을 보장하며, 최악의 경우 한성차가 좋은 조건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당시 김 전 사장과 유진앤컴퍼니 직원들은 서울 역삼동 벤츠코리아 사옥 앞에서 마울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수입차 업계에서 딜러(한성차,유진앤컴퍼니)가 수입상(벤츠코리아)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불문율로 여겨진다. ‘딜러권 해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 2007년 여름 서울 역삼동 벤츠코리아 사무실 앞에서는 유진앤컴퍼니 직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당시 사진으로 초상권을 감안해 사람이 안 나온 사진으로 교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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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사장은 또 "한성차측이 마울 사장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나에게 수입되는 벤츠 차량의 원가나 마진 등 영업기밀을 공개토록 부추겼고, 당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벤츠 독일 본사는 잡음이 계속되자 마울 사장을 내보냈고, 시위에 앞장섰던 유진앤컴퍼니의 딜러권도 해지했다는 것이 김 전 사장의 설명이다.
김 전 사장은 당시 한성차가 자신에게 약속했던 내용 등에 대한 녹취록을 이데일리에 공개했으며, 나머지 미공개 부분에 대해서는 "독일 벤츠와 레이싱홍 그룹간 40년간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울 사장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한성차는 당초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당시 사건으로 한성차는 독과점 지위를 굳혔고, 지금까지도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데일리에 공개한 자료 외에도 추가 증거물들이 있으며, 이를 독일 벤츠 본사에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성차가 지배력을 이용해 전시장 입지 등에서 불공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후방 2km내에 같은 브랜드 딜러들을 입점시키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긴 것이나 이웃 일본보다 국내 벤츠의 서비스센터 수가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벤츠 서비스센터는 225개로, 26개인 국내에 비해 8배가 넘는다.
김 전 사장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벤츠코리아의 지분 49%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최대 딜러인 한성차를 소유한 말레이시아 화교재벌인 레이싱홍 그룹"이라고 주장했다. 레이싱홍 그룹은 중국서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벤츠 독일 본사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성차측은 "말할 것이 없다"며 "왜 이제 와서 과거 일을 들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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