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풀베팅`이 `경제적 가격`이겼다

현대그룹, 가용 실탄 ''풀베팅''..4.8조원 베팅
현대차그룹, 시장 예상價 약간 웃돌아..4.3조원 베팅 예상
현대차그룹, 비가격적 요소 우세 불구 가격측면에서 밀린 듯
  • 등록 2010-11-16 오전 11:01:18

    수정 2010-11-16 오전 11:01:18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지난 15일 현대건설 본입찰 서류 제출 장소인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출 마감시간인 오후 3시를 앞두고 취재진들의 시선은 온통 문쪽으로 쏠렸다. 마감시간 30분을 남겨두고 현대그룹이 먼저 입장했다.

검은색 블랙박스 5개에 담은 본입찰 서류를 들고 문으로 들어선 진정호 현대그룹측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한점 의혹 없는 깨끗하고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5분이 지난 후. 현대차(005380)그룹이 들어섰다. 황금색 보자기에 싼 서류뭉치 3개를 들고 들어선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은 "경제적 가격을 써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간. 결과는 '다윗'이 '경제적 가격'을 이기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사실 이번 인수전은 현대차그룹이 자금면에서나 명분면에서나, 현대건설 인수후 미래 비전면에서나 현대그룹을 앞서왔다. 따라서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가져왔던 자신감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업계와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에 더 무게를 뒀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유는 뭘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000720) 인수에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측면에서 현대그룹에 밀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와 시장 등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대 4조3000억원, 현대그룹이 4조8000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막판에 유럽에서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 5조원 이상을 베팅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은 그룹 내 가용한 모든 현금성 자산을 쏟아부은 반면, 현대차그룹은 '경제적인' 가격을 써낸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현대건설의 적정 가격은 3조5000억원에서 4조원 가량이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공격적인 베팅을 감안해 적정 가격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써내 가격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예상과 달리, 그룹의 모든 가용한 자금을 동원해 최대치를 써냈다. 결국 여기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놀라움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우세를 점쳐왔기에 이번 결과는 시장에도 충격적이다. 이날 현대상선(01120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등 현대그룹 관련주는 급락하며 이같은 충격을 반영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목숨을 걸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을 이길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면서 "현대그룹에게 제2의 금호아시아나 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 패배한 것은 아무래도 결국 가격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현대차그룹이 상대인 현대그룹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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