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두산과 STX그룹은 900원대로 떨어진 달러-원 환율을 활용해 각각 49억달러(4조6000억원, 1달러=950원 기준)와 74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 미국과 노르웨이 기업을 인수해 큰 화제를 몰고왔었다.
공통점은 모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 주체로 활용했다는 것. 그러나 기존 그룹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SPC에 다소 많은 부채를 떠넘기면서 이후 추가 출자가 불가피한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6일 M&A업계 관계자는 "SPC 설립을 통한 인수는 인수주체 그룹의 책임과 재무부담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다만, 가진 게 주식밖에 없는 회사인 만큼 차입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조건이나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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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출자금 30~40%는 `계열사가 빌려서`
두산과 STX그룹이 인수자금에 쓴 그룹 내부의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SPC 자본항목을 채우는 데 쓰인 이 돈은 두산의 경우 14억달러, STX는 2770억원이었다. 인수에 필요한 총 자금의 27%와 37%에 불과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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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이 미국 잉거솔랜드의 중장비업부 `밥캣` 인수 SPC에 넣은 출자금의 상당부분도 차입금이었다. 이 영향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2006년말 3000억원대에서 2년뒤 1조5000억원대로 드라마틱하게 불어났다.
2007년 10월 STX조선해양·STX엔진은 노르웨이 크루즈선사 `아커야즈` 인수비용을 내부자금으로 충당했지만, 실질은 두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입금 성격의 `선수금`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결국 STX조선해양의 순차입금 역시 2007년말 마이너스에서 지난해말 1조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이처럼 그룹이 열심히 큰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준다 하더라도 종이회사에 불과한 SPC의 부채비율은 인수금융 완료와 동시에 200% 안팎을 기록하게 된다. 이에 M&A 회사들은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환우선주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도 한다.
◇ 추가출자 부담 경계해야
한신정평가는 전날 저녁 평가보고서에서 "인수대금 대부분을 장기, 저리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으로 실질적인 재무적 부담은 크지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다만, 올 1분기 말 현재 한화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이 916억원에 불과해 외부 차입에 따른 일정 수준의 재무부담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 피인수회사인 솔라펀의 향후 영업실적은 추가적인 재무부담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STX그룹의 SPC `STX노르웨이`는 3034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두산그룹의 SPC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DHEL)`은 각각 4561억원과 343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STX그룹은 2008년 이후 아커야즈(지금의 STX유럽)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내외부 자금 수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했고, 두산그룹은 DII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증자로 10억달러를 더 쏟아부었다.
한편 솔라펀은 올 상반기에 4억7400만달러의 매출액과 6800만달러의 영업이익(여업이익률 14.3%)을 올렸다. 반면 지난 2008~2009년에는 각각 3000만달러의 영업손실과 17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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