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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생을 바꾸는 재테크(인테크)’ 주인공은 청년 벤처 창업가 이정수 플리토 대표로 정했다. 지난 27일 서울 이데일리 본사에서 올해로 서른셋인 젊은 벤처 창업가 이 대표를 만나 대기업를 박차고 나와 창업을 선택한 비결을 들어봤다.
번역은 인생의 화두
이 대표가 번역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는 중동 쿠웨이트에서 태어났고,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16살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국이 아닌 이국 땅에서 살다보니 번역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 와서도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번역 관련 대학생 벤처 창업을 했다. SK텔레콤이란 대기업에 입사한 것도 입사 후 사내 벤처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고서다. 결국 유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그에게 ‘번역’은 인생의 화두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번역은 항상 2% 부족했다. 국내 번역가 시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 돼 있기 때문이다.
“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전문 번역가분들은 보통 서적 번역이나 연봉이 높은 동시 통역을 하시죠. 업무상의 서류 등은 해외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하거나 회사 내 사원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슈퍼주니어 강인, 플리토 마니아
집단지성 번역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그가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다. 흰 종이에 “날씨가 겁나 좋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은 후 휴대폰으로 찍어 플리토 모바일앱에 올렸다. 그 즉시 번역된 영어 문장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댓글로 올라온 여러 문장들 중에서 “The weather is freaking good”이라는 문장을 선택했다. 같은 문장을 구글 번역기로 돌릴 경우 ‘겁나’라는 단어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번역가는 100만여명 입니다. 번역 요청을 올리면 그들 중 300명에게 요청 알림이 뜨게 되는거죠. 긴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번역을 해서 올릴 수 있는 겁니다. 긴 문장의 경우에도 한 문장씩 잘라 번역을 한 뒤 취합을 하면 손쉽게 번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번역 서비스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싸다. 번역 가격은 요청자가 결정하는데, 보통 한 문장에 50원 수준이다.
대기업 나와 연봉 되레 줄어…“꿈이 있어여 벤처한다”
그렇다면 플리토의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이 대표는 90% 이상의 주된 매출은 빅데이터 판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자동 번역 회사들에게 판매한다. 많은 번역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자동 번역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같은 번역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오는 2018년까지 번역시장이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번역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가 SK텔리콤을 나와 벤처를 창업한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벌써 사용자가 170개국 3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고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벤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봉은 대기업에 다닐 때부터 훨씬 못 벌고 있죠. 벤처 대표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자신의 원하는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 창업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돈도 벌 수 있죠. 플리토를 선택한 직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기업 조직에 있을 때보다 자신의 실력이 확실히 드러나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본인 스스로 꿈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벤처는 개인이 잘 돼야 회사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