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생산량 충분한데 왜 부족할까?

올 시즌 1769만도즈 공급..작년보다 20%↓
일부 의료기관 물량 확보 비상..사재기 의혹도 제기
  • 등록 2013-11-07 오전 10:44:18

    수정 2013-11-10 오후 2:38:46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겨울을 앞두고 본격적인 독감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부 의료기관이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제약사들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탓도 있겠지만 가격 상승을 겨냥한 도매상의 사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가을 출하 승인을 받은 독감백신은 총 1769만도즈로 예상 사용량 1500만~1600만도즈보다 다소 많지만 지난해 공급량 2213만도즈보다 20% 감소했다. 통상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한 시즌으로 분류하는데, 제약사들은 10월까지 생산과 공급을 모두 완료한 상태다.

2013년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출하승인 현황(자료: 식약처)
업계는 독감백신의 수급 차질을 크게 두가지 이유로 보고 있다. 먼저 지난해 과잉공급으로 혹독한 후폭풍을 치른 제약사들이 독감백신의 공급량을 줄인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독감백신이 과잉 공급되면서 한때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독감백신은 매년 균주가 달라지기 때문에 겨울에 팔지 못하면 모두 버려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작년 보건소 등에서 사용할 독감백신을 7300원에 공급 계약을 맺었다가 시장 가격이 하락하면서 추후 공급가를 1000원 깎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는 제약사들이 공급량을 줄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양약품의 가세를 대비해 제약업체들이 공급량을 조절했다는 시각도 있다.

일양약품은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일양플루백신프리필드시린지주’의 시판 허가를 받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충북 음성에 연간 최대 6000만도즈의 독감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일양약품이 올해 공급키로 한 독감백신은 34만도즈에 불과하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올해는 독감백신의 출시에 의미를 두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업체 중 녹십자(006280)를 제외한 SK케미칼, 한국백신, 동아에스티 등은 녹십자나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백신 원료를 공급받는다. 결과적으로 독감백신의 전체 물량은 부족하지는 않지만 여유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이 독감백신 가격을 고의적으로 높게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월 도매상과 정부 사용분 300만도즈를 5411원에 공급받기로 계약을 했지만 이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재입찰을 실시, 7479원에 낙찰받았다. 보건소 등에서 사용하는 독감백신의 공급가격이 당초 계획보다 2000원 가량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도매상이 가격 폭등을 노리고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도매상이 작년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제고를 조절한다는 의혹이 많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사용량보다는 수요량이 많은 만큼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는 12월초까지는 공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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