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쩌면 좋을까요"‥삼성, 진보 지식인에 길을 묻다

진보 성향 김호기 연대 교수 삼성사장단에 강연
"복지국가, 경제 지속성-사회 지속성의 균형이 중요"
삼성도 사회적 요구와 경쟁력 유지 사이에서 고민
  • 등록 2012-04-18 오후 12:06:08

    수정 2012-04-18 오후 12:06:08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기업도 복지, 상생 등 사회적 요구에 따라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18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한 삼성 계열사 사장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김 교수는 이날 삼성사장단회의에서 '2040세대와 선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진보 성향의 지식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여야가 모두 복지국가를 얘기한다.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시대적 과제다"라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이는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쪽을 강조하면 다른 한쪽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사회적 협약을 통한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이 역시 이해당사자 간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균형이 필요한 문제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사회적 협약이 이뤄지더라도 경제가 훼손되면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균형점을 모색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 반복됐다. 어느 쪽으로 몰려 열광하다 해결을 못 하면 다시 환멸이 나왔다"면서 "때리고 공격하고 비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국내 최대 기업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삼성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싸울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이런 생각이 강하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쟁력은 안에서는 사람과 기술, 밖에서는 사회의 믿음과 사랑에서 나온다"라며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사장단은 이날 김 교수의 강연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런 고민은 (삼성뿐 아니라) 다 같이 고민할 문제"라면서 "너무 쉽게 해법을 찾는 데 대해 경계하는 김 교수의 지적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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