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은 민영화에 참여하겠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외국계 투자자 비중을 줄이고 기업들의 참여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형 은행 지주회사들의 주주들이 외국인 주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기업과 직원들이 주인인 토종은행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전 불참이 확실시되면서 경쟁 입찰 압력이 낮아졌고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인수가격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자 민영화가 성사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 기업·개인 투자자만 5조..`토종은행 만들겠다`
23일 정부와 우리금융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과점 주주 컨소시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투자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고객들의 입찰 참여의향을 파악해보니 참여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뜨거웠다"며 (우리금융 지분을 사겠다는) 고객들이 충분할 경우 해외 투자자보다는 거래 고객과 연기금 등으로 주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대기업 고객들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클럽에서 3조원, 비즈니스 클럽(중소기업 고객)과 명사클럽(명예지점장) 등에서 2조원 등 총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주당 1만5000원 기준으로 우리금융 지분 약 40%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으로 당초 계획했던 20% 보다 두배 이상 많아진 규모다.
우리금융은 현대차, 포스코, KT 등 대기업 3곳에 대해서는 각각 4000억 안팎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나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고객에 대해서는 기존 거래 관계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지분 인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사주조합의 인수자금은 7000억원(지분 6%)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은행들의 주주가 대부분 외국인들로 구성된 것과 달리 고객과 직원들이 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준(準)국민주 방식"이라며 "다만 실제 주주 구성 비율은 LOI(인수의향서) 제출 마감(26일) 직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주말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투자자, 해외투자자 등으로부터 6조5000억 수준의 투자의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입찰가가 `아킬레스건`
하지만 우리금융이 과점 주주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금융 매각 성사 여부를 속단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인수가격도 매각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나 사모펀드(PEF)들이 우리금융 매각에 참여, 경쟁입찰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우리금융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 역시 인수가가 독자 민영화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민영화에 참여하는 고객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서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마지막 블록세일 가격인 주당 1만6000원 이하로 지분을 매각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점 주주군별로 인수가격의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평균 인수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공자위는 "과거 M&A에서 전례가 없다"며 단일가격 입찰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은 지방은행들과 지역 상공인 컨소시엄,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관심이 높아 매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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