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4.6억弗 발행이후 `최초`
삼성전자는 1997년 10월 4억60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16년만에 처음 채권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1억달러는 30년만기, 나머지 3억6000만달러는 5년만기로 각각 발행했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기아차 사태 등으로 인한 한국물 기피 현상에 가산금리를 1~2%가량 더 얹어서 발행한 바 있다. 30년만기 금리는 8.417%, 5년만기는 연 7.487%수준이다.
이후 16년간 채권 발행이 전무했던 삼성전자가 10억달러의 대규모 달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최근 미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데다 단기화된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2일 발행된 210억달러의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90%로 2%마저 밑돌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단기차입금(만기 1년미만)은 총 8조2800억원수준이다. 이중 매출채권 할인 등으로 인한 담보부차입금이 5조3100억원, 무담보차입금(무역금융 등)은 2조9700억원 가량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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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도 삼성전자는 민간기업중 사상 최대 규모로 채권을 발행, 해외 투자자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4억6000만달러중 절반을 TFT-LCD와 64MD램 설비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중남미의 통신공장 증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 국내등급 없는 삼성전자 해외채 또 찍을까
삼성전자가 충분한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해외에서 필요한 자금을 해당 지역에서 조달하는 전략으로 수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현지 생산라인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 채권(딤섬본드) 발행을 검토했다가 금리조건이 맞지 않아 철회한 바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본사가 해외법인에 출자하면 회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대여금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현지에서 필요한 자금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고 본사는 지급보증해주는 방식이 깔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과 MS, 인텔 등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비교 대상이지만, 이들 기업도 수십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차입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받지 않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삼성전자를 거래상대방으로 체크하는 과정에서 이슈어레이팅 등급을 주고 있다. 현재 무디스와 피치는 삼성전자에 각각 A1과 A+ 등급을 주고 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 단계 낮은 A로 평가하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과 같다.
시장에서는 정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이나 한국산업은행의 채권보다 삼성전자가 더 유리한 금리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외화채 인수 담당자는 "글로벌 기업인데다 21세기에 최초로 발행되는 채권이기 때문에 동일한 등급 선상에 있는 기관보다 더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발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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