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흠집내고 보자"..네거티브 선거전 `극성`

신당, '이명박 = 나쁜 대통령'에 화력 집중
"내 자랑 보다는 상대 후보 결점 찾기에 주력"
  • 등록 2007-11-28 오후 2:25:58

    수정 2007-11-28 오후 2:49:05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일부 조간 신문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이명박 후보를 클로즈업한 사진이 주요 조간신문 1면의 광고면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 사진은 이 후보가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토당동에서 연탄 나르기 봉사 활동을 하다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히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사진 참조)
 

 
사진 왼쪽에는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는 제목이 큰 글씨로 달려있다. 오른쪽에는 '키울 때는 위장전입! 키워서는 위장취업!'이라는 타이틀 하에 이 후보 자녀의 위장전입, 위장취업을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광고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게재한 것. 하지만 통합신당 로고와 '좋은 대통령 기호 1번 정동영' 라는 슬로건은 각각 광고 상단과 하단에 조그만 글씨로 적혀 있을 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선거대책회의에서 "저는 처음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광고인 줄 알았다. 이명박 후보 사진이 나와서..."라며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명백한 비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준 대변인은 "국민세금으로 수십억원이 지불되는 정책광고를 오로지 이명박 물어뜯기를 위한 흑색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 회의에서 흑색 선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 상대 후보 흠집 잡기에 '올인'

지난 27일 대통령 선거활동이 공식 시작되자마자 상대 후보를 흠집내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각종 의혹과 비방이 난무하면서 고발 고소도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검증이 실종돼, 후보자들의 자질과 식견을 살펴볼 수 있는 유권자들의 기회는 박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합신당은 대통령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지난 27일에도 전 조간신문 1면 하단 광고에 '이명박 = 나쁜 대통령'을 암시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는 "1번을 생각하면, 좋은 대통령이 보입니다! 2번을 생각하면, 나쁜 대통령이 보입니다!"는 커다란 타이틀을 걸고 있다. 내달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1번은 정동영 후보, 2번은 이명박 후보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나쁜 경제',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다닌다.

정동영 후보 조차 유세장에서 "나쁜 경제, 나쁜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통한 변화는 아들 딸의 미래를 망치는 나쁜 변화"라며 '나쁘다'는 형용사를 반복적으로 구사한다.

BBK 주가조작 연루, 자녀 위장전입·취업, 임대소득 탈세 등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나쁜 후보'라는 압축된 표현으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대통령'이라는 '유행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만든 것이다.

 ◇ '명품시계' 공방에 유권자들 "한심하다"

27일엔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후보 대변인들이 '명품 시계' 공방을 벌였다.

통합신당측 김현미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차고 있던 시계 사진을 클로즈업한 장면을 제시하며 "우리나라에서 딱 두군데 호텔에서만 파는 프랭크 뮬러라는 명품 시계로 가격은 1500만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김 대변인은 김 여사가 시계를 외국에서 수입했으면서도 수입 관세를 납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밀수품이라는 것.

또 김 대변인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이 후보 부인의 하늘색 에르메스 핸드백 가격이 1000만원이 아닌 최소 5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에 이른다고 정정했다.

그러자 박형준 대변인이 즉각 "김현미 의원이 1500만원 짜리로 둔갑시킨 이른바 명품 시계는 국산 로만손 시계"라며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도 하지 않은 허위 폭로"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2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로만손 시계와 프랭크 뮬러 시계 사진을 제시하며 "김현미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김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김 여사의 명품 핸드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 부인의 시계가 명품이지 국산인 지가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기준이 되냐"며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 관련기사 ◀
☞이명박 부인 손목시계 "명품이냐 국산이냐"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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