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환자 5명 중 1명 첫 병원서 치료 불가…이유는

전남 전원비율 44.6% 전국 최고
뇌졸중치료센터 지역 불균형 심각
사설 구급차難 골든타임 놓치기도
  • 등록 2024-12-07 오후 1:12:16

    수정 2024-12-08 오전 7:18:0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허혈성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은 첫 방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에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지난달 30일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가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허혈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첫 방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전원해 치료를 받았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 44.6% △충남 30.4% △경남 29.5% △경북 24.9% △강원 23.6% △대구 23.1% △전북 22.3%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가 지역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아서다.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으로 나이가 들어 여러 혈관위험인자와 관련된 기저질환이 많아질수록 그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것으로 막힌 혈관을 가능한 한 빨리 뚫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치료를 적절하게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진행할 경우 예후를 2~3배 좋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즉각적인 치료가 되지 않거나, 이송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경기에 사는 A씨(79)는 저녁 동네 산책 중 증상이 발생해 20분만에 A병원에 방문했으나, 증상 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혈전제거술(EVT)을 받지 못했다.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려했으나, 지역 내에선 수용 가능한 병원은 없었다. 겨우 병원을 확보했으나 이번에는 사설 구급차량을 준비하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친 후에야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져 정맥내혈전용해술은 시행도 하지 못하고 뇌경색으로 진행됐다. A씨는 1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음에도 심각한 후유장애가 남아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김태정 교수는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혈전제거술이 불가능했고 해당 지역 내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도 없는데다, 사설 구급차 준비에도 시간이 걸려 환자 상태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졸중인증센터를 바로 찾을 경우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데다, 뇌영상 및 추가 검사 시행으로 인한 진단 지연이 방지된다”며 “첫 병원이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인근 가능한 뇌졸중 센터를 빠르게 연계할 수 있는 안정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간 이송에 사설 구급차 대신 119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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