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 등록 2011-10-17 오후 1:42:31

    수정 2011-10-17 오후 1:42:3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는 사내하청 직원의 성희롱 피해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내일(18일) 오후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086280)의 임원을 불러 이 문제를 따진다.

국회가 국정감사 기간 중 현대차 사내하청 직원의 성희롱 피해 문제를 다루기로 한 것은 최근의 '도가니'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힘없는 장애아들에게 수년동안 진행된 성폭력이 권력의 틈바구니 아래에서 흐지부지 된 데 대한 반성이다.

여성가족위 위원장인 최영희 의원 측은 "피해 여성은 사장, 조장 등으로 부터 수년동안 성희롱을 당하고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됐다"면서 "국가인권위와 고용노동부도 부당해고를 인정해 배상과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지만 이후 하청업체가 바뀌어 피해자가 아무런 보상을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 측은 "피해 여성은 비정규직(사내하청)으로 근무한 지 2년이 지난 만큼, 얼마전 대법원 판례를 감안해 원청업체인 현대차가 해결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피해 여성은 부당해고 이후 3개월 이내에 복직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 와중에 피해 여성이 다니던 H사가 폐업하고 K사로 바뀐 만큼 H사와 K사의 원청업체인 현대글로비스가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요지다.   현대차그룹 퇴임 임원들이 사내 하청 업체 대표를 맡기도 하는 만큼, 지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법적으로 보면 현대차그룹은 H사든, 새로 만들어진 K사든 어느 쪽도 인사 관리 책임이 없다.   사내하청은 파견업과 달리, 원청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인 인사 및 노무관리가 이뤄진다. 아울러 일부 퇴임 임원이 사청 업체 대표인 것은 내부 속 사정을 잘 아는 협력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피해 여성의 복직 문제를 책임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이 문제를 '성희롱' 문제로만 국한시켜 보긴 어렵다. 그 보다는 사내하청 직원들,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원사업자(대기업)의 책임 한도에 대한 이야기이고,  더 넓게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유연성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문제다.    재계 일각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약자이기 때문에 피해 여성을 새로 만들어진 K사나 현대차에 복직시키는 게 정답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절차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사내하청 직원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현대차 고용의무)은 개인별 사안별로 달라, 관련 법을 무시한 채 피해 여성만 특별 대우하기란 어렵다. 2년 이상 근무했어도 업무 지휘 감독권이나 업무 행태에 따라 원청의 고용 의무가 다른 것이다.    사내하청(비정규직)이 적은 세상이 바람직하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사내하청이 없는 구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이번 사건을 지나간다면 또다른 사건이 재발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재계에서는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당장의 대안은 정규직 직원과 사내하청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원청업체가 사내하청을 선정할 때 도덕성도 평가기준으로 넣어 평가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원청사인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이 해야 하는 일은 진정성을 갖고 사내하청 직원들의 삶과 복지에 관심을 갖는 일이며,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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